‘광주·전남 행정통합 반대’ 어느 청원인의 공개 글 주목
시기와 절차, 행정·정책 주도권 문제 거론
선 기초 행정체계 정비 후 단계적 접근 주장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안 발의를 앞두고 일방적인 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시민 청원이 정부 온라인 민원 창구인 '청원24'에 게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7일 게시된 이 청원에서 작성자는 자신이 광주에서 태어나 성장한 시민이라고 밝히며, 대통령과 광주·전남 시·도지사가 통합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개인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의 시민 목소리라도 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우선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안내와 주민투표, 공개적인 논의 절차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시·도민의 알 권리와 참여권이 제한될 수 있으며, 현재와 같은 방식의 설명이 이어질 경우 향후 시민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 이후 광주의 정책 결정 권한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청원인은 현재 광주가 도시계획, 교통, 산업, 복지 등 주요 정책을 비교적 신속하게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통합이 이뤄지면 광역 단위 조정과 합의 과정이 늘어나 정책 추진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과 교통망 확충, 국가사업 공모 등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만큼 행정 단계가 늘어날 경우 도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청원인은 광주가 대중교통 운영 적자 보전과 도로·교량·상하수도 유지 관리, 노후 주거지 정비, 복지 서비스 확대 등 도시 기반시설 유지에 상당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광주·전남이 하나의 특별시로 통합될 경우 예산 운용 기준이 도시 문제 해결에서 광역 전체의 균형 발전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남 농어촌과 도서 지역의 생활 SOC 확충, 교통·의료 접근성 개선, 인구 감소 대응 등을 위한 재정 수요가 커지면서 예산이 해당 지역으로 확대 배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현재 광주에 집중되던 재원이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도시철도 연장, 간선도로 확충, 노후 상하수도 교체, 원도심 재생, 공공주택 공급 등 주요 도시사업 추진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또 재정 여력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 확대나 대중교통 요금,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이 이어질 경우 결국 시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행정통합 추진 시기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행정구역 개편은 지역 주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남의 경우 광주와의 광역 통합에 앞서 무안·목포·신안 등 도내 시·군 통합 문제를 먼저 논의하는 것이 행정 효율성과 지역 발전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충분한 합의와 준비 없이 통합이 추진될 경우 광주는 도시 정체성을 잃을 수 있고, 전남 역시 기존 시·군 통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행정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행정통합은 속도보다 지역 균형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를 거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6일에는 '민주적 정당성과 주민 의견 수렴 없는 독단적인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