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1년 8월형"...감옥 가거나 유죄 확정된 영부인들
나머지는 모두 무죄, 형편없이 낮은 단죄
부부가 동시에 실형 복역하는 최초 사례
이멜다 마르코스 77년형 언도됐지만 보석 중
남편의 임기 종료 엿새 앞두고 공공자금 '쓱싹'
우슈첸 등은 정치적 타협으로 가택 연금 생활

10년 넘게 갖가지 의혹 제기에도 요리조리 법망을 빠져 나간 김건희 씨의 자본시장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관해 상당 부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김 씨에 대한 1심 판결을 통해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전달받은 세 가지 혐의 모두 김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만 샤넬백을 윤영호 통일교 본부장으로부터 수수 받은 것과 전성배 씨(건진법사)를 통해 목걸이를 수수한 것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민중기 특검은 즉각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얻은 행위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이 밖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 등 8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앞서 민중기 특검은 징역 1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이 애초에 김씨가 민간인 신분이란 점 때문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한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특검 수사 내용이 헐렁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어왔다. 이런 점들은 미미한 형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씨에게 이날 유죄가 선고돼 징역 1년 8개월형을 살게 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로 징역 5년형이 선고된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부부가 동시에 실형을 복역하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다음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특검으로부터 사형이 구형돼 있다. 또 김씨의 양평고속도로 연루 등을 파헤치는 2차 종합 특검이 예정돼 있어 김씨를 단죄할 길은 앞으로도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동시에 유죄 선고를 받는 일은 부끄럽긴 하지만 두 사람이 죗값을 제대로 치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김씨에 대한 첫 유죄 선고와 맞물려 세계 각국의 퍼스트레이디 출신 가운데 실형을 복역하거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례들을 살펴 본다.

1988년 맨해튼 조직범죄 사건 마르코스 부부와 사우디아라비아 무기중개상 아드난 카쇼끄지는 맨해튼 연방 대배심에 의해 조직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이멜다는 남편 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가난한 과부"라고 둘러대 모든 혐의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90년 스위스 연방대법원 몰수 사건 마르코스 부부의 스위스 은행 계좌에 있는 자금이 "범죄 출처"에 해당한다고 판결, 3억 5600만 달러의 자산이 필리핀으로 이전될 길이 열렸다. 이 사건은 스위스 은행의 1998년 개혁으로 이어져 독재자와 범죄자들이 돈을 감추기가 어려워졌다.
1995년 하와이 인권침해 집단소송 하와이 연방지방법원은 인권침해 피해자 9539명에게 19억 60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1996년 미국 제9순회항소법원에서 유지됐지만, 관할권 문제로 필리핀에서 아직도 집행되지 않았다.
필리핀 부패 혐의 재판 마르코스 가족이 필리핀으로 돌아오자 1991년부터 1995년까지 필리핀 옴부즈맨 사무소는 이멜다를 상대로 28건의 형사 사건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부패와 공공 자금 횡령 사례가 포함됐다.
1993년, 마르코스는 뇌물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2008년 항소법원에 의해 뒤집혔고, 2018년 필리핀 대법원은 증거의 기술적 문제를 들어 무죄로 뒤집었다.
2008년 3월, 마닐라의 한 판사는 1968년부터 1976년까지 스위스 은행 계좌로의 불법 자금이체 32건에 대해 그녀를 무죄로 판결했다. 정부가 사건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2011년, 반부패 법원인 산디간바얀 제5재판소는 그녀와 남편이 국가 식품청에서 빼앗은 정부 자금 28만 달러를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2018년 11월 9일, 산디간바얀은 마르코스를 7건의 부패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결하며 공직 수행 자격을 박탈했다. 2015년 10월에도 이멜다는 뇌물 부패 형사 혐의와 25건의 민사 사건에 직면해 있었다.
2018년 스위스 재단 사건 유죄 판결 그녀는 1970년대 메트로 마닐라 주지사로 재임 중 약 2억 달러를 여러 스위스 재단에 예탁해 부패방지법 위반 7건에 대해 2018년에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나머지 세 건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했다. 다만 그녀가 출석하지 않아 법원은 1991년에 그녀가 이전에 낸 보석금 몰수도 명령했다.

워낙 이멜다의 범죄 경력이 다채롭고 화려해 다른 영부인 출신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의 부인 우슈첸(74)은 2009년 9월 위증 교사 혐의로 징역 1년형이 선고됐지만 건강을 이유로 형 집행 중지 명령을 받아 가택 연금으로 대신했다. 천 전 총통은 부인과 함께 공공기금 1억 400만 신 타이완 달러를 횡령한 혐의와 토지 매입과 관련해 최소 900만 미국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우슈첸은 자녀들에게 자신과 남편 횡령 사건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사한 혐의가 인정됐다. 아들과 딸, 사위도 모두 6개월씩 실형이 언도됐다. 1985년 타이난 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남편의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가 정치적 테러로 보이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고, 남편 대신 입법의원 선거에 당선되기도 했던 그녀는 지금 연금된 상태로 지낸다.
2000년 총통 직에 오른 천 전 총통은 2008년 선거에서 패배해 물러났는데 처음에 종신형이 선고됐다가 나중에 20년형으로 감경돼 복역 중이다.
남편 임기 종료 엿새를 앞두고 정부 돈을 훔친 영부인도 있었다. 포르피리오 로보 온두라스 전 대통령의 부인 로사 엘레나 보니야(58)가 장본인. 2018년 수도 테구시갈파 교외에 있는 여동생의 집에 군 헌병대가 들이닥쳤다. 헌병들은 보니야가 머물던 집을 수색해 횡령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서류를 압수한 뒤 제부인 마우리시오 모라도 함께 연행했다.
그녀는 2014년 1월 남편의 임기가 끝나기 엿새 전에 자신의 계좌로 공공자금 52만 2000 달러를 이체한 혐의를 받았다. 보니야는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자금을 훔쳐 신용카드 결제, 자녀 학비, 부동산 건설에 썼다는 사실이 밝혀져 지탄을 받았다.
법정 다툼 끝에 2022년 징역 14년형이 선고돼 복역하고 있다. 아들 파비오 로보 역시 2017년 미국으로의 마약 밀매를 공모한 혐의로 미국 법정에서 24년형을 언도 받고 영어의 몸이다.
그녀의 다른 아들 사이드 로보는 2022년 7월 테구시갈파의 한 나이트클럽 앞에서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보니야는 잠깐 출소해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과테말라 대통령 선거에 두 차례 나섰던 산드라 훌리에타 토레스 카사노바(70)도 빠뜨리면 안된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알바로 콜롬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는데, 남편은 2012년까지 임기를 채웠다. 그 일 년 전에 이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전 남편은 2023년 1월 세상을 등졌다.
2015년 첫 대선에 나서 지미 모랄레스에게 무릎을 꿇었으며, 2019년 재도전했으나 알레한드로 잠마테이에 또 고배를 들었다. 같은 해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돼 유죄를 선고받고 가택 연금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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