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李 대통령이 띄운 ‘설탕세’, 찬성 여론 80%이기는 한데…
“세율 높아야 효과” 연구 결과… 저소득층에 부담 줄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X(옛 트위터)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썼다. 여기에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0%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는 기사를 공유했다.
설탕세는 음료수나 과자처럼 당류가 첨가된 식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재 180여 국가에 도입돼 있다고 한다. 설탕세를 시행하면 비만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론도 나온다. 또 당류가 들어간 식품을 많이 소비하는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 설탕세, 세계보건기구 권고로 현재 180여 국가에 도입
설탕세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로 각국이 도입하기 시작했다. WHO는 지난 2016년 “비만, 당뇨 등 만성 질환 예방을 위해 가당 음료에 최소 20% 이상의 세금을 부과하라”는 권고를 회원국에 보냈다. 이후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강병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탕세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법안은 가공식품 100ℓ당 설탕 20㎏을 초과하면 제조사가 부담금 2만8000원을 내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이었다.
최근 설탕세 도입 논의는 작년 9월 정태호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설탕 과다 사용세 토론회’에서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미 발생한 국민 건강 피해를 치유하기 위한 도덕적 책임인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 식품 제조사에 세금 매기는 방식… “소비자에 부담 전가될 수 있어”
현재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들은 대부분 식품 제조사가 만드는 식·음료의 설탕 함유량에 비례해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식품 제조사가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구조다.
영국은 ‘청량음료 산업세’를 도입해 음료 100㎖당 설탕이 5g 이상 들어가면 리터(ℓ)당 18펜스~24펜스(약 300원~480원)의 세금을 매긴다. 최근에는 우유나 두유 등으로 만든 음료에 대해서도 제조사에 설탕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음료 100리터당 포함된 설탕 양에 따라 4.07유로에서 최대 35.63유로까지 세금을 매긴다. 설탕이 5kg 이하면 4.07유로, 5kg~8kg는 21.38유로, 8kg 초과이면 35.63유로다. 프랑스는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를 넣은 제로 음료에도 세금을 부과한다. 감미료가 1리터당 120mg 이하로 들어가 있으면 100리터당 4.50유로를, 120mg 초과하면 6유로 세금을 내야 한다.
◇ 비만 줄이는 효과 있다고 단정하기 힘들어… 저소득층 부담 커질 수도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에선 탄산음료 제조사가 설탕 함량을 줄이거나, 탄산음료 판매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설탕세가 애초에 비만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영국에선 2018년 4월에서 11월까지 설탕세 도입으로 세수가 1억5380만파운드 증가했는데, 정부가 예상한 5억파운드의 3분의1에 그쳤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설탕 음료 제조업체가 선제적으로 음료의 설탕 함량 등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비만 감소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23년 공개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에 따르면, 설탕세 도입 이후 영국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의 비만 사례가 약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나이 남학생에게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또 프랑스 공중보건국(Santé publique France)은 2019년 연구에서 설탕세 도입 이후 프랑스의 탄산음료 판매량이 약 3~4% 감소했으며, 특히 청소년층에서 과당 음료 대신 물이나 차를 마시는 비율이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 성인 비만율은 2000년 10%에서 2012년 약 15%로 상승했다가, 2024년 17%로 더 올라갔다. 역시 비만 감소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기 힘든 셈이다.
한편 설탕세가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22년 보고서에서 “설탕이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는 가격 비탄력적(-0.533)이어서 세율이 높아야 정책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질병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소득 하위 20%의 비만 발생률은 38%였고 상위 20%는 31%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비만 발생률이 높은 것은 설탕이 들어간 식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환경 탓일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설탕세가 음료수, 과자 가격 상승 요인이 되면서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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