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오토파일럿' 없앴다…'FSD'로 수익성 강화

박선강 기자 2026. 1. 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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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서 기본 제공하던 조향 기능 신차부터 삭제
'속도 조절'만 무료…핵심 기능 99달러 유료화
한국시장 도입 시간문제…소비자 부담 커지나
테슬라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율주행(FSD) 화면. 테슬라 제공

테슬라가 자사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무료 오토파일럿' 정책을 전격 폐지했다. 신차 구매 시 기본으로 제공되던 차선 유지 기능을 없애고, 이를 유료 옵션인 'FSD(Full Self-Driving, 완전자율주행)' 패키지에 통합시킨 것이다.

이는 사실상 "돈을 내지 않으면 핸들을 잡아주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자동차 업계의 수익 구조를 하드웨어 판매에서 소프트웨어 구독으로 뒤바꾸려는 거대한 실험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FSD 없이는 핸들 직접 돌려야"
지난 23일(현지시간)부터 북미(미국·캐나다) 시장에서 인도되는 모델 3와 모델 Y 신차부터 변화가 적용됐다. 핵심은 '오토스티어(Autosteer)' 기능의 유료화다.

기존 테슬라 차량은 △앞차 간격을 맞추는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을 지키는 '오토스티어'가 결합된 '베이직 오토파일럿'이 기본 사양이었다. 덕분에 추가 비용 없이도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놓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바뀐 정책하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속도 조절)'만 무료로 남았다. 차는 스스로 가속하고 멈추지만, 핸들은 운전자가 직접 조작해야 한다. 만약 예전처럼 차가 알아서 커브 길을 돌고 차선을 유지하게 하려면, 이제는 월 99달러(약 14만원)를 내고 'FSD' 기능을 구독해야만 한다. FSD가 단순히 신호등을 보고 차선을 바꾸는 고급 기능을 넘어, 기초적인 '차선 유지' 권한까지 독점하게 된 셈이다.
FSD 소프트웨어로 주행 중인 테슬라 모델3. 연합뉴스

"FSD 가입자, 강제로라도 늘린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목적은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의 안착이다. 테슬라는 이번 오토파일럿 축소와 동시에, 오는 2월 14일부터 북미에서 FSD의 일시불 구매(약 1000~1500만 원) 옵션을 없애고 오직 '월 구독'으로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차를 한 번 팔 때 큰돈을 버는 것보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현금 흐름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차선 유지'라는 필수적인 편의 기능을 FSD 인질로 삼음으로써, 자율주행에 큰 관심이 없던 일반 운전자들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FSD를 구독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 이는 테슬라를 단순한 제조사가 아닌, 넷플릭스 같은 거대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받게 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큰 그림으로 풀이된다.

'오토파일럿' 이름표 떼기
규제 리스크 해소도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 미국 규제 당국(NHTSA, DMV)은 "오토파일럿(Autopilot)이라는 명칭이 운전자에게 '차가 다 알아서 한다'는 위험한 착각을 준다"며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이에 테슬라는 과감하게 '오토파일럿'이라는 패키지 명칭 자체를 라인업에서 삭제해 버렸다. 무료 기능은 단순한 주행 보조(TACC)로 격하시키고, 조향이 개입되는 모든 기능은 'FSD(감독형 완전자율주행)'라는 이름 아래 묶어버림으로써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이 아니다"라는 법적 논란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다.

안전 기능의 상업화 논란… 한국 시장은 '폭풍전야'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현대차 아반떼나 도요타 코롤라 등 대중적인 차량조차 '차로 유지 보조(LFA)'를 기본 안전 사양으로 탑재하는 시대에, 테슬라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인 안전·편의 사양을 볼모로 돈을 요구한다(Paywall)"는 비난은 테슬라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테슬라 코리아의 결정에 쏠려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아직 기존의 무료 오토파일럿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통상적으로 북미의 정책 변경으로 시차를 두고 글로벌 표준으로 적용해 온 전례를 볼 때, 한국 도입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한국에서도 FSD 구독 서비스가 정식 출시될 것이며, 이와 동시에 무료 오토파일럿 기능 축소가 단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실상의 차량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라면 정책 변경 전 계약을 서두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의 3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YL'. 테슬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