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대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업종별 분석⑬] 공시율 33.3% 제약·바이오, ESG 공백 여전
거래소 공시율 33.3%…투명성 부재
휴젤·펩트론 외 13개사 미발간…업종 내 최고치
| 한스경제=김도현 기자 |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현황과 세부 ESG 항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업종 전반의 ESG 대응 수준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R&D)과 임상, 규제 리스크가 산업 구조 전반에 내재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ESG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는 일부 기업에만 국한되어 있다. 또한 다수 기업에서는 공시·중대성 평가·거버넌스 전반에서 공백이 드러나며 명확한 한계를 보였다.
보고서 발간 여부 자체가 아직 업종 내에서 기본 요건으로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ESG 대응 수준은 기업별로 크게 갈렸다. 이번 분석은 2024년 11월 말 기준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토대로, 2025년에 집계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 이중 중대성 평가 54.5%…'R&D 산업'의 전략 언어가 빠졌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평가 수행률은 54.5%로 집계됐다. 분석 대상 기업의 절반가량만 ESG 이슈를 체계적으로 식별·우선순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히 공시 미흡의 문제가 아니라, ESG를 전략 언어로 활용하여 경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로 풀이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임상 실패, 약가 규제, 특허 만료, 의약품 안전성, 윤리 문제 등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기업이 ESG 이슈를 사업 전략과 연결하지 못한 채, 개별 활동 단위로만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발간사를 제외한 보고서를 공시한 업체 중 ▲클래시스 ▲녹십자 2개사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실시한 바 없다. 이중 중대성 평가가 부재한 기업의 경우, ESG는 '리스크 관리 도구'가 아니라 '보고서 항목'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 거래소 공시율 33.3%…'발간 여부'보다 중요한 공식성
제약·바이오 업종의 거래소 공시율은 33.3%에 그쳤다. 이는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거래소 공시가 아닌, 자사 홈페이지 공개에만 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ESG 정보가 투자자·금융시장·글로벌 파트너의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는 환경에서, 공시 채널의 선택은 정보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거래소 공시는 단순한 공개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정보의 검증 가능성과 접근성을 담보하는 최소 기준이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공식 공시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려는 기업이 소수에 머물렀다.
보고서를 발간했음에도 거래소에는 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은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씨젠 ▲종근당 ▲에스디바이오센서 ▲대웅 ▲리가켐바이오 ▲녹십자 ▲알테오젠 등이다. 이는 업종 전반이 ESG를 '시장과의 계약'이 아니라 '기업 내부 관리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Scope3 공시율 30.3%…핵심 배출은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
환경(E) 영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Scope1·2) 공시율은 60.6%로 나타났지만, Scope3 공시율은 30.3%에 불과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원료 의약품(API) 조달, 위탁생산(CMO), 글로벌 물류, 임상시험 외주 등 공급망 전반에서 배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즉, 탄소 리스크의 실질적 무게중심은 Scope3에 있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에스티팜 ▲종근당 ▲HK이노엔 ▲한미약품 ▲녹십자를 제외한 다수 기업은 Scope3를 공시하지 않거나, 정성적 설명에 그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환경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은 줄 수 있으나, 실제 감축 전략이나 공급망 책임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한 단계다.
결과적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의 환경 대응은 '측정 가능한 영역'에만 집중되고,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체계 밖에 남아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 ESG위원회 설치율 45.5%… 휴젤·펩트론 외 13개사 미발간
지배구조(G) 측면에서 ESG위원회(또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설치율은 45.5%로, 업종 전반의 거버넌스 체계 역시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업종 평균 75.2%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특히 ▲휴젤 ▲펩트론 ▲보로노이 ▲메디톡스 ▲케어젠 ▲셀트리온제약 ▲HLB생명과학 ▲삼천당제약 ▲한올바이오파마 ▲코오롱티슈진 ▲에이비엘바이오 ▲오스코텍 ▲메지온 등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아, 위원회 설치 여부를 포함한 ESG 전반의 정보가 외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 '기술 선도 산업'에서 '신뢰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투명한 공시와 공급망 파이프라인의 필요성
제약·바이오 업종은 기술력과 성장성 측면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핵심 산업군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번 분석은, 기술 선도와 ESG 체계 성숙도가 반드시 병행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ESG는 더 이상 부가적인 평가 항목이 아니라, 연구개발의 지속성·임상 신뢰·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설명하는 기업 신뢰의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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