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亞~유럽 최단거리 바닷길… 부산, 세계 최대 항만될 것”[현안 인터뷰]
‘해수부 부산 시대’ 한달… 해양수도 육성 전략 곧 발표
부산∼로테르담 북극항로, 남방항로보다 7000㎞ 가까워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 정기항로 개설·운송 상업화 추진
中 ‘빙상 실크로드’로 앞서나가… ‘추격자’ 韓 경쟁력 충분
북극항로·남방항로·미주항로 접점 부산, 전진기지 입지
아시아쪽 ‘처음이자 마지막 기항지’로 거점 역할할 것

인터뷰 = 유회경 경제부장
최근 ‘북극항로’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북극항로란 북극해를 통과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해상·항공 경로를 말하는데 특히 러시아 북극 연안을 지나는 북동항로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아직은 개척 단계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항로 화물운송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북극항로 개척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의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을 내세웠고 대통령 취임 이후 이를 추진력 있게 밀어붙였다. 일각에선 부산·울산·경남 지역 표를 고려한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지만 북극항로 개척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해양 수도권 조성 등 해수부 부산 이전의 명분도 결코 작지 않다. 북극항로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해양 수도권을 조성, 수도권 일극 발전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나라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한다는 것이다. 김성범 해수부 차관을 만나 해수부 부산시대와 북극항로 준비 상황 등에 물었다.
―부산으로 청사를 옮긴 지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 이사 마무리는 어느 정도 됐나.
“처음에는 다소 어수선했지만 이제 안정된 듯싶다. 퇴근하고 나오는데 돼지갈비 냄새가 은은히 풍겨 마음이 푸근해졌다. 청사 바로 앞에 돼지갈빗집이 있다. 청사 주변 분들이 너무 좋아한다. 직원들도 부산 이전에 차차 적응하는 것 같다.”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데 불편함은 없나.
“부산 이전과 동시에 일하는 방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저부터 비대면 보고 활성화에 동참하기 위해 서울에서 보고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화상 보고를 받고 있다. 불필요한 대면보고는 금지했다. 정부세종청사에 우리 부 직원을 위한 소규모 업무 공간을 마련할 것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에 대해선 부산·울산·경남 지역 환심을 사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어떻게 보나.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정치적인 의미는 잘 모르겠고 대통령이 지역 균형 발전과 북극항로 시대 개막에 대한 선제적 대비 차원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 미션에 따라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한반도 동남권은 북극항로 진출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해운·항만·산업·인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해수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과 HMM 등 해운기업, 해사법원, 동남권투자공사 등을 집적화해 해양수도권 조성과 북극항로 개척에 앞장서겠다.”
해수부는 지난해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구성된 ‘북극항로추진본부’를 설치했고 1분기 안으로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을 수립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북극항로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최단거리 항로이기 때문에 물류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를 비롯한 국내외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쇄빙선 이용료를 포함하더라도 기존 남방항로에 비해 북극항로가 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또 물동량 증가가 가져올 조선·금융·자원 등의 전후방 산업 동반성장까지 고려할 경우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네덜란드 로테르담 기준으로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전통 남방항로에 비해 항로 거리 약 7000㎞, 운항일수가 10일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북극의 여름이라 할 수 있는 8∼11월에 주로 운항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과 쇄빙선·내빙선 등 기술 발달에 힘입어 운항 기간이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왜 최근 북극항로 이야기가 급부상하게 됐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해가 녹아내릴 것이란 예상은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북극항로 개척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넘어서면서다. 중국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빙상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화물 운송을 많이 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지난해 말 중국이 처음으로 북극해를 관통해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유럽까지 운항시켰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우리도 위기의식을 느껴 북극항로 개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측면이 많다.”
따지고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 역시 북극항로와 연관이 깊다. 그는 러시아·중국 선박이 그린란드 주변 해역을 뒤덮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린란드를 확보하게 되면 중국의 빙상 실크로드 구상과 러시아 핵 잠수함 전개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나 과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 제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미국은 러시아와 거래한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활동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선박 또는 러시아산 석유 운송 선박의 EU 입항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관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에 신속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환경 문제 역시 극복 가능하다. 북극항로 개척은 기후위기 적응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우리는 우수한 친환경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한다면 ‘지속가능한 북극항로 이용’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해수부는 9월로 예정돼 있는 시범 운항을 통해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 정기항로 개설, 벌크·액체화물 운송 등 상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부산의 장점은 뭔가.
“부산은 북극항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충분한 입지를 갖췄다. 북극항로가 우리 동해를 거쳐 러시아로 가는데 부산이 북극항로 아시아 쪽 ‘처음이자 마지막’ 기항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본이나 러시아에도 항만이 있지 않은가.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항로라는 게 항만과 항만을 연결하는 것인데 일본 쪽 항만 인프라가 시원치 않다. 요코하마(橫濱) 같은 곳이 크긴 하지만 우리와 연관 깊은 3대 항로(북극항로, 남방항로, 미주항로) 물동량 관점에선 미흡할 뿐이다. 과거 일본에선 고베(神戶)가 가장 컸다. 하지만 고베대지진 이후에 회복을 못 하고 있다. 부산이 1990년대 동아시아 지역 환적항으로 급부상하게 된 게 고베대지진과 연관이 있다. 러시아 역시 블라디보스토크 등 동북아시아 쪽 항만 시설도 좋은 편은 아니다. 북극항로에서 지리적 위치, 항만 인프라 등을 고려해 부산처럼 거점 항만 역할을 할 곳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부산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부산은 3대 항로의 접점에 있다. 남방항로 중 최단 항로가 수에즈운하를 거쳐 가는 것인데 이 지역 지정학적 위험이 증대돼 여차하는 경우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남방항로에 차질이 있을 경우 북극항로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항로가 막혀 수출하지 못하게 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난감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북극항로를 놓고 중국 상하이(上海) 등 중국 항만들과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은 워낙 큰 항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좀 앞서 나가는 모양새이고 우리는 이를 추격한다고 보면 된다. 중국의 경우 자기 수출입 화물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환적 화물만 놓고 보면 부산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다만 물류 면에서 중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 중국 항만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보다 북극항로상에 있는 부산을 활용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 현재 부산은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7위 정도 된다. 상위 10개 항만 중 7개가 중국이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본격화되면 부산은 상하이, 싱가포르 등과 함께 세계 3대 항만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세계 최대의 항만이 될 수도 있다.”
―부산·울산·포항 등 동남권을 하나의 해양수도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는데 설명해달라.
“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할 것이다. 해수부 이전, 해사법원 신설, SK해운·에이치라인 등 해운기업 이전, 동남권투자공사 신설 등 4종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과 경남에선 건설과 기자재 산업, 기계 공업 등과 연계해 각 지역의 특화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유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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