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시계, 인류 파멸에 가장 가까워졌다…자정 85초 전
미 핵과학자회, 지난해보다 4초 앞당겨
핵무기·인공지능 위협·기후위기 등 지적
“세계 지도자들이 오히려 위험 가속화”

인류의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 분침이 ‘자정 85초 전’으로 당겨졌다.
이는 지난해보다 자정에 4초 더 다가선 것이다. 이로써 운명의 날 시계는 1947년 처음 설정된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까워졌다. 자정은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인류 파멸의 시점을 상징한다.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27일(현지시각) 커지는 핵무기 위협, 인공지능과 같은 파괴적 기술, 다양한 생물학적 안보 문제, 그리고 계속되는 기후 위기를 고려해 시계 분침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핵과학자회는 성명에서 “1년 전 우리는 세계가 범지구적 재앙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경고했으나 러시아, 중국,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이에 귀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공격적이고 적대적이며 민족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너무나 많은 지도자들이 실존적 위험을 완화하기보다 가속화하는 발언과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세계의 지도력 부재를 질타했다.
운명의 날 시계 분침은 핵과학자회의 과학안보위원회(SASB)가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자문위원회와 협의해 결정한다.
핵과학자회의 알렉산드라 벨 회장은 “파국적 위험은 커지고 협력은 약화되고 있으며 우리에 남은 시간은 거의 없다”며 “변화는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선 전 세계 공동체가 지도자들에게 신속한 행동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홀츠 과학안보위원회 의장(시카고대 천체물리학 교수)는 “또 하나의 섬뜩한 흐름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민족주의적 권위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세계가 ‘우리 대 그들’로 분열될수록 인류 전체는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는 “우리는 모든 위기의 근본 원인이 되는 위기, 즉 정보 대재앙을 겪고 있다”며 “사실보다 거짓을 더 빠르게 퍼뜨리고 우리의 분열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약탈적 기술이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재생에너지 탄압 정책 거부 등 촉구
운명의 날 시계는 최초의 핵무기 개발에 도움을 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시카고대 과학자들이 1945년 설립한 핵과학자회가 1947년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만들었다.
첫해 ‘자정 7분 전’을 시작으로 그동안 ‘17분 전’에서 ‘89초 전’ 사이를 오가며 인류 파멸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 신호 역할을 해왔다. 자정에서 가장 멀었던 때는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감축을 내용으로 한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을 체결한 1991년이었다. 당시 분침은 자정 17분 전이었다. 2020년 이후에는 ‘자정 100초 전’을 유지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정 89초 전’으로 조정됐다.
분침이 조정된 횟수는 이번까지 27번이며 앞으로 19번, 뒤로 8번 움직였다. 핵과학자회는 2007년 기후 변화를 인류 멸망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추가했다.
‘운명의 날 시계’가 자정 7분 전에서 시작한 것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디자인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핵과학자회보 1947년 6월호 표지에 등장한 첫 운명의 날 시계를 디자인한 마르틸 랑스도르프는 첫 분침을 ‘자정 7분 전’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보기에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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