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사람들이 사랑하는 산…명품길 두른 도심 속 정원 [전라도의 숨은 명산 봉화산]

순천 사람들이 지독히 사랑하는 봉화산 烽火山(356m)은 도심 속의 정원이다. 멀리서 보면 아파트에 둘러싸인 섬처럼 보인다. 순천 사람들은 봉화산을 베개처럼 안고 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도시와 산의 경계가 없다. 울창한 숲은 도시의 열기를 식혀주고 숲에서 불어오는 솔향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숨 쉬게 해준다. 순천시의 허파 구실을 톡톡히 한다.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봉화산둘레길은 봉화산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훌륭한 걷기길이다.
봉화산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평범한 산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엔 순천인의 정신과 자긍심이 깃들어 있다. 그 배경에는 봉화산 남쪽 죽도봉(102m) 인근의 다양한 문화 유적들이 있다. 죽도봉이라는 이름은 '전죽 箭竹이 무성하여 화살을 만들던 장소'라는 데에서 유래한다. 죽도봉은 임진왜란 이후 승군들이 궁술을 연마했던 곳이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성령을 봉안한 숭성전과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기록된 환선정 喚仙亭이 언덕에 복원되어 있다.

청렴의 상징, 팔마비의 고장
700년 전에 세워진 '팔마비 八馬碑'는 순천을 대표하는 청렴의 상징이다. 고려 충렬왕 때 승평(현 순천)부사를 지낸 최석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비석이다. 승평부사였던 최석이 1281년 비서랑 秘書郞으로 떠나게 되자 백성들은 관례대로 말 8마리를 선물했다. 최석은 개경으로 상경한 뒤 선물 받은 말 8필과 암말이 낳은 망아지 1마리를 보태 9마리를 돌려보냈다. 이후 부사가 퇴임할 때 말 8마리를 주던 관례가 없어졌다. 이런 최석의 공덕을 기려 세워진 것이 팔마비다. 순천문화재단 앞 팔마비는 2021년에 보물 제2122호로 지정되었으며, 죽도봉공원의 팔마탑은 재일 교포 김계선 선생에 의해 1975년에 건립된 것이다.

이외에도 죽도봉공원에서는 지역민들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들의 동상과 마주치게 된다. 향토 문화유산 건립에 공헌한 향산 김계선(1911~1994), 제주도 감귤 재배의 기적을 일으킨 호산 강계중(1914~1983), 명문 순천고와 고려대 의대를 탄생시킨 우석 김종익(1886~1937), 순천부사의 선정을 기린 강필리(1713~1767)의 백우비 등 있다. 팔마탑 앞 2층 연자루(燕子樓)는 고려 시대 승평부사 손억과 관기 호호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원래 순천부 읍성 남문 다리에 있었지만 대홍수로 유실되자 김계선 선생의 도움으로 1978년 현재의 자리에 복원되었다.

봉화산의 백미, 봉화산둘레길
한때는 산불이 자주 나던 봉화산이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된 것은 2014년 4월, 봉화산둘레길이 완공되고부터다. 봉화산둘레길은 3부 능선에 조례, 생목, 조곡, 용담, 서면 총 5개 지구를 연결한 총 14㎞의 걷기 길이다. 전체적으로 굴곡이 심하지 않으면서 원점 회귀까지 최소한 4시간 가까이 걷기 운동이 가능하다. 조용한 휴식을 위한 쉼터가 조성되어 있고 곳곳에 맑은 샘물이 넘쳐난다. 봉화산둘레 길의 최대의 장점은 뛰어난 접근성이다. 편안한 차림으로 앞마당 산보하듯 나서면 건강은 덤으로 따라온다. 산림청에서 주관한 2017년 도시숲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도, 안전, 재방문 의향, 자연환경과의 조화, 체감 만족도 등에서 총 98점을 기록하며 전국 1위를 거머쥔 명품길이다.

봉화산둘레길 탄생의 비밀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따른 맥을 같이한다.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은 20여 년 전만 해도 쓰레기만 쌓여 있던 버려진 땅이었다. 순천시는 황량한 갯벌과 저습지 부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 정원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이에 힘입은 순천시는 '치유 도시 확산'을 표방하며 순천만, 동천,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봉화산둘레길을 2014년에 개통했다.
봉화산둘레길은 총 4개 코스로 나뉜다. 1코스는 죽도봉에서 업동저수지까지 3.6㎞ 약 1시간, 2코스는 업동저수지에서 망북마을까지 2.2㎞ 약 40분, 3코스는 망북마을에서 봉화그린빌까지 4.8㎞ 약 1시간 20분, 4코스는 봉화그린빌에서 죽도봉까지 3.4㎞ 약 1시간 소요된다. 주요 지점마다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러 갈래 길이 있어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방향 지시 화살표만 잘 살피면 도움이 된다. 노란색 화살표는 시계 방향, 청색 화살표는 반시계 방향이다. 둘레길에는 간이 화장실이 3㎞ 간격으로 4곳 있다.

둘레길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업동저수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두꺼비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저수지에 투영되는 봉화 산의 풍경도 일품이다. 망북약수터까지는 쉬운 등산에 가깝고 이후부터는 기복이 거의 없는 편안한 길이다. 음용이 가능한 약수터는 망북약수터와 죽도봉공원 팔마탑 앞에 한 곳이 있다.
돌계단 올라 정상으로, 다시 내려와 둘레길 합류
등산과 트레킹을 동시에 하려면 죽도봉공원을 들머리로 하면 좋다. 팔각정은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풍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다. 등산로 주변에서는 봉화산에 서식하는 큰 뿔 꽃사슴 무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20여 년 전 사슴 농장에서 탈출한 4~5마리가 번식해서 지금은 60여 마리까지 개체 수가 늘어났다. 사람을 보고도 느긋하게 쳐다볼 정도로 터줏대감 행세를 한다.

235계단을 지나면 돌탑처럼 쌓인 봉수대가 있다. 이곳의 봉수대는 매우 중요한 5로 봉화의 출발점이다. 조선시대 통신 수단인 봉화(봉수)는 전국의 주요 간선로를 5로로 나누어 이를 직봉(直烽)이라 했다. 24개의 간봉과 노선 요소요소에는 총 622개의 봉수가 있었다. 순천만 화포해변에 있는 학산리 봉수에서 위급 상황을 받으면 이곳 순천 도호부에서 출발해 충청도를 거쳐 한양으로 전파하는 위치다.
경사가 있는 돌계단을 가쁘게 올라가면 한순간에 시야가 트이면서 정상이다. 암반 지대에 있는 조망 데크 너머로 파노라마 조망이 펼쳐진다. 왼쪽으로 몽골군 4차 침입에 맞서 싸운 박난봉 장군의 무용담이 전해지는 난봉산, 정면으로 서면 일대와 계족산 너머로 광양 백운산까지 보인다. 정상에서 둘레길과 최단 거리로 합류하려면 망북약수터로 하산하면 된다.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의 랜드마크인 호수공원의 나선형 잔디 언덕은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인 영국의 찰스 젠크스CharlesJencks가 디자인했다. 호수 한가운데 솟아 있는 6개의 언덕은 순천 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6개의 산봉우리를 형상화했는데 가장 높은 16m의 봉화 언덕은 봉화산을 상징한다.
산행길잡이
산행+트레킹
죽도봉공원-죽도봉공원 갈림길-전망대-봉수대 터-봉화산 정상-망북약수터-둘레길 3코스-둘레길 4코스-죽도봉공원(10km 4시간)
트레킹(순천 봉화산둘레길 1~4코스)
업동저수지-망북약수터-당본마을 갈림길-시대아파트 전망대- 봉화그린빌 전망대-생목고개- 죽도봉공원 갈림길-업동저수지(14km 4시간 30분)
교통
서울 용산역에서 순천역까지 기차가 하루 6회(07:03, 07:39, 09:45, 12:08, 16:35, 17;37) 운행한다. 약 3시간 소요되며 요금은 일반실 4만4,300원이다. 고속버스는 센트럴시티에서 순천종합버스터미널까지 06:10부터 23:30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수시 배차한다. 3시간 40분 소요되며 우등 3만3,800원, 고속 2만2,800원이다. 순천역과 순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죽도봉공원까지는 둘 다 도보로 30분 거리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10분 이내로 소요되며 비용은 5,000원 정도 나온다.
볼거리
순천세계수석박물관(관장 박병선)은 2023 년 11월에 개관했다. 입소문을 타고 평일에도 단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3만 평 부지에는 개인이 50년간 모은 세계의 진귀한 수석 8,000여 점 중 1,500여 점의 명석들만 골라 12개관까지 테마별로 전시하고 있다. 보석관, 동물관, 식물관, 풍경관, 기독관, 불교관, 성인관 등이 있고 실외까지 포함하면 총 30개 테마관이 있다. 어림잡아 2시간 이상 소요된다. 입장료 1만2,000원.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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