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살해·체포 침묵 말아야”…이란 축구 영웅 알리 카리미, 인판티노 FIFA 회장에 공개 촉구

이란 축구의 상징적 인물 알리 카리미(48)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이란 내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축구인 살해와 체포, 선수들에 대한 위협을 공개적으로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 가디언은 28일 “이 요구는 FIFA 및 전 세계 200여 개 회원국 축구협회장들에게도 동시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번 공개서한에는 카리미를 포함해 전 이란 국가대표 선수 4명, 지도자, 심판, 스포츠 기자 등 총 20명이 서명했다. 서한은 최근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 시위에 대해 “전국적이고 대중적인 시민운동이 체계적인 탄압과 대규모 살해로 대응받고 있다”며, 이는 “반인도 범죄 및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규정돼 있다.
서한에 따르면 이달 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인원은 최소 1만8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축구계를 포함한 스포츠계 인사였다. 서한은 전 1부리그 선수 모즈타바 타르시즈를 포함해 여자 축구 부심 사바 라슈티안, 유소년 지도자 메흐디 라바사니, 축구선수 아미르호세인 모함마자데, 리빈 모라디, 비치사커 국가대표 골키퍼 모하마드 하지푸르 등의 사망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19세 세파한 이스파한 소속 선수 아미르하산 가데르자데가 시위 참여를 이유로 사형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해당 사안은 국제앰네스티를 통해 알려졌으며, 미국 국무부도 이를 공식적으로 규탄한 바 있다.
서명자들은 인터넷과 통신 차단으로 인해 사망자와 체포자 수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축구인들은 해외에서 발언한 이후 이란 입국 시 체포되거나 여권을 압수당한 사례도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서, 선수에 대한 처형과 살해, 자의적 체포 앞에서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이어 FIFA와 각국 축구협회가 이란 당국의 행위를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축구인 보호를 위한 모든 법적·징계 수단을 동원할 것을 요구했다. 서한에는 “이 같은 범죄 앞에서의 침묵은, 국제 축구가 스스로 내세워온 가치와 원칙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결론이 담겼다. FIFA는 해당 서한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카리미는 이란 국가대표로 127차례 A매치에 출전해 38골을 넣은 뒤 은퇴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이란 시위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대표적인 스포츠 인물이다. 그는 2022년 당국이 자신을 납치하려 했으며 가족을 위협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2023년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했던 그는 현재 해외에서 이란 시위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카리미는 “이란 국민은 수십 년간 생명과 자유라는 대가를 치르며 기본권을 요구해 왔다”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국민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 시위 과정에서는 농구, 암벽등반, 레슬링, 태권도 등 다른 종목 선수 최소 22명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디빌딩 세계챔피언 출신 마수드 자트파르바르는 길란주 라슈트 시위 도중 사망했다. 그는 생전 마지막 SNS 글에서 “40년간 억눌린 목소리는 반드시 외쳐져야 한다”고 남겼다.
가디언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CCTV 영상 등을 활용해 시위 참가자를 식별하고 있으며, 유명 선수들의 사망 사례를 국영 매체를 통해 집중 보도함으로써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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