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의 시선으로 다시보기 [새로 나온 책]

길냥이로 사회학하기
권무순 지음, 오월의봄 펴냄
“‘반려’와 ‘야생’이라는 두 단어만으로는 경계에 놓인 존재들을 도저히 포착할 수 없다.”
‘길고양이 사진 80여 장 수록.’ 보도자료를 넘겨 보다가 크게 웃었다. 그렇다. 논문에서 출발해 에세이에 도착한 이 책을 설명할 때 저자가 직접 기록한 길고양이 사진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어떤 사진은 ‘대체 어디에 고양이가 있다는 거야’ 싶은 숨은그림찾기 같다. 그만큼 길고양이가 우리의 일상 풍경에 감쪽같이 겹쳐져 있다는 걸, 설명하지 않고도 보여준다. 저자는 ‘경계 동물’ 개념을 제안하는데, 갇혀 살거나(반려) 도망(야생) 치지 않아도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명명이다. 길고양이와 만나기 위해 몸을 낮추고 눈을 맞추는 동안 저자는 ‘비/인간의 정치’를 상상한다. 이때 과학은 우리의 공용어가 되어야 한다. 그 가능성을 살뜰히 탐구하며 종횡무진하는 책.

대만 박물관 산책
류영하 지음, 해피북미디어 펴냄
“대만은 내 생각보다 훨씬 컸다.”
타이완(대만) 여행을 가는 이들이 빼놓지 않는 곳이 국립 고궁박물원이다. 국공내전 시기인 1948년 장제스의 국민당이 패주하면서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 있던 유물 대부분을 옮겨와 만들어진 국립 고궁박물원은 67만여 점이라는 압도적인 유물 양을 자랑한다. 유명 전시물인 ‘취옥백채’와 ‘육형석’ 앞은 관광객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하지만 저자는 묻는다. “국립 고궁박물원의 전시는 오늘날 대만과 대만인을 얼마만큼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국립 고궁박물원 외에도 대만 원주민의 역사를 전시하는 곳, 일본의 식민 역사를 기록하는 곳, 대만 근현대사의 인물과 사건을 주제로 한 곳 등 모두 38곳의 박물관을 소개한다. 저자는 대만의 박물관을 통해 대만의 정체성을 읽었노라고 설명한다.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 이야기
루시 워즐리 지음, 홍한별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모든 미스터리는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
1890년 9월15일에 태어나 1976년 1월12일에 사망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 전기다. 역사 커뮤니케이터이자 BBC 다큐 진행자인 지은이가 인터뷰, 신문기사, 크리스티 자료보관소 문헌, 편지 등 자료를 뒤져 애거사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소개된 것은 1980년대. 작가가 사망한 이후다. 작품이 알려진 것에 비해 그의 삶에 대해서는 모르는 점이 많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시 간호사로 약제사 훈련을 받으며 독약을 공부했고, ‘탐정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니!(소설 66권 가운데 41권에 독극물이 등장한다.) 1926년 11일간 실종돼 영국 전역이 시끄러웠다는 것도 낯설지만 흥미로운 사건이다. 삶이 소설이다.

개인의 철학
뤼디거 자프란스키 지음, 김희상 옮김, 청미 펴냄
“어떻게 해야 진정 개인답게 살 수 있는가?”
대체로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인들은 자신보다 젊은 세대를 ‘개인주의적’이라고 느꼈다. 지금 ‘꼰대’라고 불리는 세대들도 한때는 버릇없는 개인주의자로 찍혔던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개인과 공동체의 윤리가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복잡한 양상은 한국 혹은 최근 시대만의 특수한 사건이 아니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개인의 해방’이 폭발적으로 선언되었던 20세기 중반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 몽테뉴, 루소,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 해당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이 어떻게 ‘개인’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열어젖혔는지 진지하지만 발랄하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예수 하버드에 오다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랍비 예수는 전 역사를 통해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이었다.”
최근의 한국 기독교계는, ‘바이블’의 모든 문장을 논박 불가능한 진리(복음)로 강요하고, 심지어 일부 문구를 추려 ‘반(反)헌정 정치 행위’를 정당화하고 선동하는 목사들로 어지럽다. 그들은 기독교를 일종의 ‘기복신앙’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세계적 신학자이자 사회윤리 사상가인 하비 콕스가 하버드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다시 읽고 질문하고 토의한 기록이다. 이 책에서 예수는 신도들에게 복을 내리거나 쿠데타를 옹호하는 신이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와 삶을 향해 윤리적 결단을 요구하는 질문자로 부활한다. 최근 한국 기독교계를 바라보며 이 위대한 종교에 염증을 느낀 신앙인은 물론 비기독교인 독자에게도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가문에서 가족으로
로베르토 비조키 지음, 임동현 옮김, 글항아리 펴냄
“인간적인 삶이 우리 방식으로만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브라치 캄비니 가문의 문서보관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브라치 캄비니 가문은 17세기 말 피렌체의 브라치 가문에서 갈려 나와 피사에서 독립적으로 창건되었다. 이 가문의 문서보관소에는 토지나 재산을 매입하고 관리한 기록, 감정서, 소송서류 등 문서가 보관되어 있다. 5세대에 걸친 문서를 하나씩 읽어가던 저자는 이 기록이 재산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선다는 걸 깨달았다. 피사 대학 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문서를 근거로 ‘이익과 감정이 얽혀 있는 폐쇄적인 세계로부터 개인의 권리와 기대에 대해 열려 있는 세계로 이행’하는 과정을 짚어낸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