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2026 암호화폐 시선이 바뀌고 있다[천조국 크립토]

염현석 기자 2026. 1. 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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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상에서 금융 인프라로 확장
월가, 'ETF·스테이블코인·AI'로 암호화폐 시장 확장
JP모건·블랙록 "암호화폐는 금융 시스템 일부"
제미나이 활용 이미지

(뉴욕=머니투데이방송)염현석 특파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투기냐, 투자인가’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월가가 바라보는 암호화폐의 정의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암호화폐는 수익률을 좇는 위험 자산을 넘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월가의 2026년 핵심 화두는 단순한 채택(Acceptance)을 넘어선 통합(Integration)이다. 이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이 암호화폐 기술을 자신들의 자산 운용과 결제 시스템 내부에 깊숙이 이식하며 생태계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 ‘투자’에서 ‘운영’으로… JP모건, '키넥시스' 통해 실시간 금융 구현
2026년 월가가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이 ‘보유(Hold)’에서 ‘운영(Operate)’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근본적인 변화다. 2025년까지 월가의 질문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몇 퍼센트 담을 것인가"였다면, 2026년의 질문은 "이 기술로 우리 결제망의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이 변화의 선두에는 JP모건이 있다. JP모건은 최근 블록체인 부문인 '오닉스(Onyx)'를 '키넥시스(Kinexys)'로 리브랜딩하며 시스템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스테이블코인과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미리 조건을 설정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디지털 화폐)’을 활용해 기업 간 실시간 국경 없는 결제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암호화폐는 더 이상 실험실의 자산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망에서 실제 작동하는 유동성 인프라"라고 선언했다.

이런 흐름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5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기점으로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안착하면서, 2026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월가는 이를 ‘코인’이 아닌, 24시간 중단 없이 작동하는 '인터넷 달러 결제망'으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 블랙록, ETF와 퇴직연금 유입으로 '자본의 성격'을 바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행보는 암호화폐의 제도권 안착을 상징한다.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은 이제 글로벌 금융 시스템 내의 독립적인 자산 계층(Asset Class)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은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넘어, 국채와 펀드를 토큰화한 ‘BUIDL’ 펀드를 통해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6년 현재, 국채와 부동산 지분이 온체인(On-chain)에서 거래되는 RWA 시장은 단순 시범 단계를 지나 기관 간 대규모 자금 이동의 주 통로가 됐다.

특히 알트코인 ETF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솔라나(SOL), XRP뿐만 아니라 에이브(AAVE), 체인링크(LINK) 등 기술적 유틸리티가 확실한 자산들이 ETF 바스켓에 담기며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됐다. 여기에 미국의 퇴직연금(401k) 자금이 암호화폐로 본격 유입되면서, 시장의 자금 성격은 단기 투기성에서 20~30년을 바라보는 '장기 저축성 자본'으로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 4년 주기설의 종말과 'AI 에이전트 경제'의 등장
제도권 자금의 대거 유입은 암호화폐 시장 특유의 ‘급등락 사이클’마저 바꾸고 있다. 과거 반감기를 기준으로 한 ‘4년 주기설’은 희석되었고, 대신 금리와 유동성 등 거시 경제(Macro) 변수에 동조화되는 '주식형 완만한 상승 곡선'이 나타나고 있다. 기관들의 정기적인 리밸런싱이 하락장에서 강력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6년 월가가 가장 주목하는 신성장 동력은 'AI 에이전트 경제'다. 사람이 아닌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데이터를 구매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환경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는 유일하고 효율적인 결제 수단으로 꼽힌다. 월가는 AI와 암호화폐의 결합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실질적인 금융 매출을 일으키는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관건은 블랙록이 자산의 형태를 바꾸고, JP모건이 돈의 흐름을 바꾸는 이 실험이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다. 암호화폐가 월가의 시스템에 어디까지 깊숙이 통합될지, 2026년은 그 방향을 가늠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