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모래 온기로 끓여낸 향긋한 커피 | 전원생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월호 기사입니다.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커피 문화를 깊이 경험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했어요. 커피를 내리는 과정까지 즐길 수 있도록, 모두 보여드리려고 하죠.”
오명자 대표(56)의 말이다. 이곳은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 원두 30여 가지를 갖추고, 오 대표를 비롯한 숙련된 바리스타가 핸드드립과 모래 커피 등 여러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커피를 추출한다. 바리스타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커피를 지켜보는 사이, 고객들은 일상을 벗어나 잠시 마음의 속도를 늦춘다.

오 대표는 쏟아지는 커피 수업 문의에 2017년 남양주 산속에 작은 커피 공방을 열었다. 2년 뒤 양평으로 옮기며 카페로 확장했고, 2022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에딧의 커피스토리가 완성되었다.
“바리스타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커피 맛의 7할은 재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원두도 농산물이어서, 제철이 있거든요. 소량씩 가장 좋을 때 구입하고, 그때그때 로스팅해서 가장 신선한 원두를 선보여요. 항상 기본에 충실하려고 하죠.”
로스팅할 때는 흠 있는 원두를 손으로 골라내는 작업부터 정성을 기울인다. 그래서 이곳 커피는 잡맛이 없고, 원두 본연의 맛을 깔끔하게 구현한다고 정평이 나 있다. 원두는 저마다 특성에 맞는 로스팅 방법이 있지만 쓴맛이 올라오는 강배전은 지양하는 편이다.
또 에딧의 커피스토리는 싱글 오리진 약 30가지를 구비하고 있는데, 철마다 구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마치 세계를 여행하듯 다양한 원산지의 원두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해요.”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는 제철 원두 맛집이다. 핸드드립이나 모래 커피는 주로 싱글 오리진 원두를 사용하지만, 에스프레소 기반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등의 음료는 대표 블렌드인 ‘에딧블렌드’를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스페셜티 등급이면서, 브라질·인도·콜롬비아·케냐·에티오피아 등에서 나온 여섯 가지 원두를 섞었다.
산미가 적고, 초콜릿과 너트 계열의 단맛과 고소함이 주를 이루어 호불호가 적다. 커피 초보라면 에딧블렌드부터 시작해 이곳에서 하나씩 커피 취향을 탐색해봐도 좋겠다.

가장 먼저 핸드드립, 모래 커피, 머신 커피 등 추출 방법을 선택한다. 다음으로 산미의 정도를 상·중·하, 디카페인 중에서 고른다. 그다음 각 산미에 맞는 원두 종류를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커피의 농도를 진하게부터 연하게까지 중에서 정하고, 뜨겁게 마실지 차갑게 마실지를 결정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아이스 한 잔만 시켜도 작은 잔에 뜨거운 버전도 맛볼 수 있게 드려요. 또 두 사람이 오면 서로 바꿔 마셔볼 수 있도록 여분의 잔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핸드드립 외에 이곳의 대표 메뉴는 모래 커피이다. 바 한쪽에 자리한 모래 화덕이 매장에 들어올 때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양평 문호리 플리마켓이 유명해요. 그곳에서 커피만 팔 게 아니라 다양한 커피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간이 모래 화덕을 제작해 천막 안에서 모래 커피를 판매한 게 시작이 되었죠.”
핸드드립이나 모래 커피 외에도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 메뉴도 라테부터 아포카토·아인슈페너까지 다양하다. 논커피(Non-Coffee) 메뉴로는 직접 담근 청으로 만든 레몬·자몽·패션프루트 티(에이드) 등이 있고, 국산 생강과 대추로 만든 생강차, 생강 라테 등이 있다. 디저트 메뉴가 많지는 않지만, 호두파이와 머핀은 매장에서 직접 굽고, 체코 왕실 디저트라는 ‘말렌카 케이크’를 조각으로 판매해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사다리 타기 게임을 하듯 취향을 살피며 모래 커피를 주문해본다. 모래 화덕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커피를 보고 있노라니 시공간을 훌쩍 넘어 오스만제국으로 떠나온 것만 같다. 올겨울 색다른 커피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느긋하게 북한강 변을 드라이브한 다음 이곳에 들러봐도 좋겠다.

튀르키예에서는 제즈베(Cezve) 또는 이브릭(Ibrik)이라 불리는 작은 은 또는 구리 주전자에 곱게 간 원두 가루와 물을 넣고 끓여서 완성한다. 이때 모래로 주전자를 감싸 열이 골고루 전달되도록 한다.에딧의 커피스토리에서는 정통 방식 그대로 모래 커피를 추출한다.
제즈베에 80℃의 물 220g을 담고, 곱게 분쇄한 원두 25g을 넣고 250℃로 달궈진 모래 화덕 위에서 커피를 끓인다. 커피가 끓어오르고 거품이 생기면 숟가락으로 저어주고, 제즈베 손잡이를 잡고 화덕 위에 큰 원을 그리듯 두세 바퀴 더 돌린다. 커피가 적당한 농도로 추출되면 종이 필터로 거른 다음 낸다.
튀르키예에서는 원두 가루까지 그대로 잔에 부어 마시기도 하고,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어 끓이기도 한다. 잔에 남은 원두 가루로 운세를 보는 전통도 있다.뭉근하게 끓여내는 모래 커피는 묵직한 보디감과 단맛이 특징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모래 커피에 나트륨 필터를 거친 물을 사용해서 단맛을 더욱 끌어 올렸다.
1950~1960년대 농업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파나마 지역으로 옮겨졌는데, 재배하기가 까다롭고 생산성이 낮아서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파나마 고산지대 환경을 만나 게이샤 품종의 잠재된 매력이 드러났고, 이곳에서 생산된 게이샤가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BOP) 경매에서 기록적인 최고가로 낙찰되며 명실공히 고급 커피로 발돋움했다.
게이샤 품종은 화려한 꽃 향과 시트러스(감귤류), 차를 연상시키는 질감이 특징이다. 현재는 파나마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콜롬비아·코스타리카 등에서도 생산되어 대중적으로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생산량이 적어 다른 품종 대비 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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