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서 눈썰매, AI 아님”이라더니···캄차카 폭설 사진·영상, 상당수 ‘가짜’

러시아 캄차카반도의 이례적 폭설 피해 상황을 전해 화제가 된 사진·영상 상당수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콘텐츠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영상과 관련한 AI 조작 여부를 보다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러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체쿤코프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은 정부가 캄차카 지역 폭설 피해 복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이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캄차카 지역엔 지난달 평년 대비 몇 배 많은 눈이 내렸으며, 이달까지 폭설이 이어졌다. 러시아 수문기상센터 측정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캄차카반도 도시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의 공식 적설량은 약 1.7m에 달했다. 그 전날인 15일엔 지붕에서 떨어진 눈에 맞아 2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시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폭설과 함께 불어닥친 강풍으로 일부 건물과 차량에는 3m가 넘는 눈더미가 쌓이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눈더미가 2층 높이까지 쌓여 일부 건물 출입구를 막았고, 차량이 눈에 파묻히는 일도 벌어졌다. 베라 폴랴코바 캄차카 수문기상센터장은 “이 정도 폭설은 거의 60년만”이라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말했다.

SNS에 전파된 사진·영상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 보였다. 약 10층 높이 아파트 꼭대기까지 눈이 쌓였고, 그 위를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 모습이 영상으로 퍼졌다. 일부 영상에는 스키, 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등장했다. 5~6층 높이 아파트 몇개 동이 모인 단지를 향해 거대한 눈·얼음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사진도 온라인에서 다수 공유됐다.
일부 사진·영상에는 “이것은 AI가 아니다”라는 설명이 붙었고 해외 언론에 의해 기사화됐다. 일부 국내 언론도 “AI 영상 아니었어?” “영화 아님, AI 아님” “실화?” 등 제목·설명을 달고 이들 사진·영상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사진·영상은 AI로 생성·조작된 것이었다. 예컨대 10층 높이 건물을 눈이 뒤덮으려면 적설량이 최소 20~30m는 돼야 한다. 캄차카 반도 적설량이 이례적으로 많긴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기상정보업체 아큐웨더는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는 4층을 넘는 건물을 찾기 어렵다”고 짚었다.
AFP 통신은 “이러한 이미지 중 상당수는 AI를 이용해 생성된 것으로, 실제 강설량을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아큐웨더는 “언뜻 진짜처럼 보이는 영상 수십개가 틱톡에 공유돼 수백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면서 “캄차카의 실제 모습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가짜) 영상이 빠르게 신고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AI 활용 조사 전문가 헨크 반 에스는 BBC에 “오늘은 아름다운 눈 내리는 영상이지만, 내일은 조작된 재난 또는 분쟁 지역 영상이 나올 것”이라며 “언론이 검증 없이 이런 영상들을 내보낼 때마다 시청자들은 모든 것을 믿거나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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