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연합정치의 양면성
민주 정청래, 조국혁신당에 합당 전격 제안
당청 조화시 ‘긍정적’ 당내 의원 동의 필요
여권 권력투쟁 양상땐 지선 걸림돌 될 수도

정당통합과 연대 등 연합정치는 정치의 자연스러운 현상 중의 하나다. 정당정체성과 이념이 모호한 한국정치문화에서 정당의 이합집산은 지극히 정치공학의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다. 한국정당이 가치나 이념 지향보다 정파성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22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에게 합당을 전격 제안했다. 정 대표와 조 대표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합당을 시도하더라도 청와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운영의 한 축인 여당 대표가 독자적 세력구축을 시도한다면 당청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지지율이 견고한 임기 초기에 이러한 현상이 돌출된다면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반명이십니까’라고 묻고 정 대표는 ‘친명이고 친청(청와대)’이라고 화답했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대화다. 김영삼 정부 때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주례회동이 있었고, 당 대표가 청와대와 다른 기조의 정책을 발제하거나 시도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김영삼 정부 임기 말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노골적으로 김 전 대통령과 극단적 긴장 관계 속에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다. 그 당시 김 대통령은 수서 비리나 IMF 위기설 등으로 지지율은 급직하하고 이 총재로서는 각을 세우지 않고는 정권 재창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는 한국 대통령제의 특징으로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 정부는 출범한지 7개월 밖에 안된 젊은 정권이고, 지지율은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의 현재 태도로 볼 때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대승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은 예견된 것이긴 하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와 8월의 당 대표 선거라는 변수를 고려할 때 합당과 정 대표 연임 도전은 주요한 인과관계를 갖는다.
당청 관계의 성격과 구조는 국정을 담당한 집권세력의 권력 운용 형태와 직결된다. 청와대에서의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선문답은 표면적으로는 당청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외관을 띠고 있지만 뇌관은 도처에 산재하고 있다. 김민석 총리의 당 대표설과 정 대표의 연임은 양립할 수 없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 사이 합당에 관해 어떤 수준의 논의와 조율이 있었는지를 단정할 수 없지만, 정 대표가 원론적 수준에서만 대통령의 동의를 받고 조 대표와 사전 합의하에 전격 합당을 제안하고 추진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합당이 여권 내의 불협화음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와대와 여당 간의 관계는 수직적 권력관계이어서는 안되지만, 정책이나 민생을 둘러싸고 건강한 긴장을 넘는 불필요한 갈등 관계인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1인1표제와 합당 추진이 당 대표의 연임이라는 변수에만 갇혀 있으면 지방선거 차원을 넘어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혜훈 전 의원의 장관 낙마는 중도보수를 포용하고 외연을 넓히려는 구상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그럼에도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통합의 가치는 항상 중요하다. 자제와 관용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규범이 훼손되지 않고, 당청이 조화를 이루는 기본 가치를 지키는 선에서의 합당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절차적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당내 의원들의 동의는 긴요하다. 당원주권주의를 존중하더라도 역시 정당은 국회의원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에 의해 선출한 국민의 대표에게 위임된 권력을 행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당원주권주의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자칫 절차적 정당성을 해칠 수 있고, 혁신당과의 합당이 강성당원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 대표의 연임과 조 대표의 원내진입에 맞춰 있다면 합당이 의외로 난항에 부딪칠 수 있다. 합당이 여권 내의 권력투쟁의 양상을 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합당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합당이 오히려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진보 진영의 표의 분산을 막는 순기능과 혁신당의 강성 기조로 인한 중도층의 이탈이라는 역기능 또한 상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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