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25돌 위키피디아의 길 찾기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6. 1. 2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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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백과'(위키피디아·wikipedia)가 출범 25돌을 맞았다.

300여가지 언어로 6500만건 넘는 문서를 갖춘 지구촌 최대 온라인 백과사전의 성장은 축하할 만한 일인데도, 이를 다룬 과학언론 보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집단지성으로 검증된 방대한 콘텐츠는 언어 생성을 훈련하는 데 최적의 자원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이제 스스로 백과사전식 지식을 생성하며 위키백과의 자리를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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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위키피디아·Wikipedia)가 1월15일 출범 25돌을 기념해 실은 그림. 위키백과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위기와 도전을 마주했다. 위키피디아 갈무리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지난 15일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백과’(위키피디아·wikipedia)가 출범 25돌을 맞았다. 300여가지 언어로 6500만건 넘는 문서를 갖춘 지구촌 최대 온라인 백과사전의 성장은 축하할 만한 일인데도, 이를 다룬 과학언론 보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축하보다는 위기와 도전,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불러온 변화가 더 자주 언급된다.

과학언론이 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위키백과가 그동안 과학기술 지식과 정보의 중요한 공유 저장소로 기능해왔기 때문이다. 위키백과에는 인물과 문화 주제의 문서가 많지만 과학기술 분야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문서 작성에 과학기술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참여가 늘면서, 최신 지식을 개관하는 데 요긴한 안내서로 자리 잡았다.

일부 과학언론은 이 새로운 환경을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실존적 위협으로 진단한다. 단일 규모로 인류 최대의 지식 저장소인 위키백과가 3년 전부터 생성형 인공지능이 몰고 온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징후는 조회 수 감소다. 위키미디어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특정 기간의 방문자 수가 2024년 같은 기간에 견줘 8%가량 줄었다. 인공지능이 인터넷 검색 결과를 요약해 제공하면서 위키백과를 직접 찾는 이용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문서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자원봉사 편집자들의 참여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그런데 이런 위기의 구조에는 분명한 아이러니가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은 훈련용 데이터의 상당 부분을 위키백과에서 얻어 쓴다. 집단지성으로 검증된 방대한 콘텐츠는 언어 생성을 훈련하는 데 최적의 자원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이제 스스로 백과사전식 지식을 생성하며 위키백과의 자리를 잠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제국이 식민지에서 추출한 자원으로 번성하는 동안, 식민지는 황폐해지는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위키백과는 인공지능의 자동 생성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25만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의 눈과 손은 출처를 엄밀히 따져 문서를 작성하고 오류를 찾고 수정한다. 창조론과 진화론, 기후변화와 회의론에 관한 현재 문서들은 치열한 내부 논쟁의 결과이다. 이런 과정은 출처 표시와 편집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졌고, 위키백과가 ‘집단지성의 성채’로 불리게 된 신뢰의 기반이 되었다.

정보를 찾는 방식은 계속 변화한다. 종이책에서 온라인 검색으로, 다시 생성형 요약문 소비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종이책이 여전히 중요한 매체이듯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집단지성의 위키백과는 위축된다 해도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위키백과 쪽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인공지능 편집 도구를 활용하며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시도하는 변화를 모색한다.

위키백과가 마주한 문제는 다른 영역의 작가와 편집자에게도 던져진 같은 문제이다. 인간이 생산한 콘텐츠는 인공지능 생성물이 범람하는 시대에 어떤 의미와 지위를 지닐까? 위키백과의 다음 25년은 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가 어떻게 가능할지를 다른 지식정보 생태계와 함께 탐색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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