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에 발끈했던 이정후, 증명할 기회 날아갔다… 결국 SF 중견수 영입, 자존심에 상처 입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에 합의하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한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는 첫 2년 동안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2024년은 사실상 부상으로 날렸고, 2025년 또한 공·수 모두에서 하나씩 모자란 모습으로 2026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수비’라는 키워드가 이정후를 생각보다 괴롭히는 양상이다. 이정후는 2024년 수비 도중 펜스에 왼 어깨를 크게 부딪히며 결국 어깨 수술을 받았다. 경기를 하다 일어날 수 있는 부상이었지만 운이 너무 따르지 않았다. 그 결과 시즌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정후는 타율 0.262, 2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41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이정후는 재활을 통한 시즌 출전을 원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모험을 바라지 않았다.
이 부상은 이정후의 2024년 시즌 상당수를 앗아감은 물론, 이정후의 소중한 적응 시간까지 박탈해갔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맞이해 여러 환경에 적응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언어나 일상 생활, 그리고 상대 투수들의 구질이나 패턴은 물론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장들에 적응하는 것도 굉장히 큰 숙제였다. 구장 적응은 외야수인 이정후의 수비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최대한 많은 경기장에서 뛰며 다양한 경험을 해야 했는데 2024년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이 여파는 2025년에도 이어졌다. 사실상 원점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 이정후는 시즌 초반 강한 어깨를 과시하며 수 차례 어시스트(보살)를 기록, 수비력을 인정받는 듯했다. “뛰어난 타격 성적은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중견수 수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스카우팅 리포트를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수비에서 몇 차례 실수를 저질렀고, 이는 이미지와 통계에서 이정후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수비를 못하는 선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수비 지표에서 이정후는 죄다 마이너스였다. DRS에서는 무려 -18을 기록했고, OAA에서는 -5로 역시 평균 이하였다. 눈에 보이는 수비력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몇 차례 손쉬운 타구에서 실수를 한 게 결정타였다. 누가 봐도 좋은 성적이 아니었다. 시즌 150경기에서 타율 0.266, 8홈런, 55타점, OPS 0.734를 기록하며 타격 성적은 한결 나아졌지만 수비는 뒷걸음질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정후는 시즌 뒤 귀국 당시에도 수비 문제로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수비 문제를 지적하는 현지 매체에 대한 질문에 “수비가 좋을 때는 이야기가 안 나오다가 못 하니까 계속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더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라고 항변하면서 “수비도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7월에 수비가 확 안 좋아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았다. 중견수라서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내가 잡아야하는 건데 나도 모르게 수비하다가 잡생각이 났다”고 털어놨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만회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런데 구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외야 OAA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8위를 기록했다. 최악이었다. 이정후는 물론, 팀의 리드오프를 보는 헬리엇 라모스의 수비력까지 떨어지면서 외야 수비가 시한폭탄 취급을 받았다. 오프시즌 샌프란시스코가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수비가 좋은 외야수를 영입하는 것이 뽑혔을 정도였다. 그리고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그간 꾸준히 연계됐던 외야수 해리슨 베이더(32)와 계약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샌프란시스코가 베이더와 2년 계약을 했다”고 27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베이더는 2년간 2050만 달러를 보장받는다. 인센티브가 50만 달러 있어 계약 총액은 2100만 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베이더를 영입한 목적은 단순하다. 공격보다는 수비력 강화다. 베이더는 리그에서 가장 역동적인 중견수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 중 하나로 유명하다. 2017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빅리그 통산 9시즌 동안 기록한 타율은 0.247로 특별하지 않다. 통산 OPS도 0.714로 이 기간 리그 평균보다 떨어진다. 그렇다고 장타력이 아주 좋은 선수도 아니다. 통산 924경기에서 홈런은 88개다.
하지만 수비로 따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베이더는 2021년 중견수로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평생 중견수로 뛰었고, 이는 그만큼 모든 팀들이 베이더의 수비력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앞으로 뛰어 나와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는 다이빙 캐치는 수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었다. 수비 범위도 넓은 편이고, 안정감도 가지고 있다. 이만한 중견수 수비수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실제 베이더의 수비력은 통계 지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베이더는 경력 통산 DRS에서 무려 +51을 기록 중이며, OAA는 +67이다. 2017년 이후로, 메이저리그 중견수 중 베이더보다 더 좋은 OAA를 기록한 선수는 ‘수비의 신’으로 불린 케빈 키어마이어(+74)가 유일하다. 수비 최고수를 데려온 것은 분명하다. 샌프란시스코는 베이더가 중견수에서 수비 무게감을 잡으면, 좌우를 맡을 이정후와 라모스의 수비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베이더의 영입으로 이정후가 중견수를 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이정후가 우익수로 이동할 것이라는 지배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베이더가 다치거나 경기에 결장해야 이정후가 중견수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베이더가 경력에서 부상이 잦았던 선수라는 점은 고려해야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주전 중견수는 아니다. 이정후는 수비에서 올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노라 별렀지만, 오히려 우익수로 밀려난 셈이 됐다.
물론 이정후의 주전 자리를 위협할 선수는 없고, 우익수 자리에서 타격에 더 전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타격 성적이라면 우익수보다는 중견수의 가치가 더 높은 것은 분명하다. 아쉬운 2년이 지나갔고, 이정후는 이제 우익수 자리에서 공격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커졌다. 다행히 우익수는 이정후에게 그렇게 낯선 포지션이 아니고, 심기일전과 분위기 전환 효과도 기대를 모은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