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교 2학년까지 적성 못찾아 방황 … 한국이었다면 난 낙제생"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6. 1. 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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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 김영기 교수는 '엘리트 코스만 밟아 온 천재'가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고려대에 입학해 2년 동안은 수업도 거의 안 들어가고 탈춤반에 들어가 탈춤만 췄던 사람이다. 처음에는 수학과로 입학했다가 적성을 못 찾아 방황했고, 뒤늦게 물리학과로 전과했다. 그러다 4학년 때 강주상 교수의 양자역학 수업을 듣고서야 비로소 '아, 물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거구나'라며 눈을 떴다."

-한국은 조기 교육 열풍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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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도에서 물리학도로 전향
한국은 너무 빨리 인생 결정돼
늦깎이 인재 포용 시스템 필요

세계적인 석학 김영기 교수는 '엘리트 코스만 밟아 온 천재'가 아니다. 오히려 놀라울 만큼 인간적이다. 그는 1980년대 초반 고려대 탈춤반에서 춤을 추느라 1~2학년 성적표는 '시들시들'했다며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모두가 당신을 천재라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은 어땠나.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고려대에 입학해 2년 동안은 수업도 거의 안 들어가고 탈춤반에 들어가 탈춤만 췄던 사람이다. 처음에는 수학과로 입학했다가 적성을 못 찾아 방황했고, 뒤늦게 물리학과로 전과했다. 그러다 4학년 때 강주상 교수의 양자역학 수업을 듣고서야 비로소 '아, 물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거구나'라며 눈을 떴다."

-한국은 조기 교육 열풍이 거세다. 당신과 같은 늦깎이 인재들을 위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가.

"한국은 너무 일찍 아이들을 재단한다. 고등학교 때 성적으로 인생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연구는 마라톤이다. 빨리 달리는 사람보다, 엉덩이 무겁게 버티는 깡 있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나처럼 늦게 핀 꽃들도 기다려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시아인, 여성, 이방인이라는 '유리천장'을 어떻게 뚫었나.

"차별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저는 그걸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누가 부당한 대우를 해도 '어? 저 사람 왜 저러지?' 하고 그냥 넘겼다. 이를 '둔감력'이라 부르고 싶다. 남편(미국인 물리학자)이 오히려 '그건 명백한 차별이야!'라고 화를 낼 때도, 저는 하루 속상해한 뒤 훌훌 털고 다음 연구에 집중했다.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저를 리더로 인정해주더라."

-최근 한국의 우수 인재들이 의대로만 몰리는 현상이 심각하다. 선배 과학자로서 어떻게 보나.

"의사라는 직업의 안정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돈이나 안정을 위해 의사가 된 사람이 과연 10년, 20년 뒤에도 행복할까. 과학자는 밤을 새워 연구하다가 데이터에서 새로운 신호 하나를 발견했을 때의 그 짜릿한 희열로 평생을 버티는 사람들이다. 그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입시 경쟁에 매몰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인공지능(AI) 시대의 교육법에 대해 조언해 준다면.

"아이들을 정답 맞히는 기계로 키우지 마라. 100점 맞는 것보다 중요한 건, 모르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게 왜 안 풀리지?'라며 호기심을 갖고 덤비는 태도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아이가 AI 시대의 진짜 인재가 될 것이다."

[시카고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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