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관세판결 앞두고…대미투자 집행 고강도 압박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6. 1. 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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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엄포 의도는
한국이 "투자 부담" 언급하자
공개적으로 압박 결정한 듯
자국 정치적 리스크 해소하려
관세협상 성과 과시할 목적도

◆ 되살아난 '트럼프發 관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을 겨냥해 상호관세를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경기도 평택항.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관세 재인상으로 위협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지난해 11월 한미 관세협상이 가까스로 마무리된 이후 이행 절차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미국 측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이 다가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에 관세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한국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의약품·목재 등 품목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율을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는 표면적으로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이다. 한국의 대미 투자가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한국 정부와 국회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은 "관세협상 이후 두 달이 넘게 지났는데 미국 어디에 투자하겠다는 협의가 시작되지 않자 문제를 느낀 것 같다"며 "여기에 최근 한국 정부 관계자가 200억달러(약 29조원)의 대미 투자가 부담스럽다고 외신 인터뷰에서 언급한 점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만난 뒤 미 재무부가 배포한 자료에서 '관세 재인상 엄포'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미 재무부는 당시 "베선트 장관과 구 부총리는 한미 전략적 무역·투자 협정의 완전하고 성실한 이행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베선트 장관은 협정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이 외교적 수사를 활용하긴 했지만 속내는 조속한 투자 이행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한국 정부가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다.

일각에선 한국 국회가 입법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나 쿠팡 사태 처리 과정에 대한 불만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3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행정부 2인자인 J D 밴스 부통령과 회담할 때도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등에 대한 판결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판결에 따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를 둔 관세가 무효가 되면 한국 정부가 약속한 대미 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판결 전에 조속한 국회 통과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총격 사건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브리핑에서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며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을 거론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차분히 파악하면서 실제로 관세가 다시 인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속히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관련해 관세로 위협한 사례 등을 보면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며 "허둥지둥하지 말고 정확하게 미국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 회기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미국에 설명하고, (입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부분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부는 관세협상 결과를 국내법상 절차에 따라 이행하고 있었다"며 "외교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긴 하나, 미국 측의 실제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입법 상황 등 속도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강인선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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