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보니 "윤석열 언론사 단전단수는 사전검열…한덕수 만류 않고 독려"

조현호 기자 2026. 1. 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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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윤석열 판결문·특검 최종의견으로 본 언론통제 실태
내란특검 "비인간적 단전단수" 비판언론 봉쇄 문제 지적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진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이 지난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 징역 23년의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영상 갊무리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징역 23년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내란혐의 관련자들이 언론사 단전단수를 시도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것이 헌법상 금지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언론출판에 제한을 가한 포고령 역시 헌법에서 정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봉쇄한 것으로 봤다.

한덕수 판결문에 나온 언론 단전단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을 유죄 선고한 판결문에서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 허석곤 소방청장에 2024년 12월3일 밤 전화해 '경찰이 24:00경 특정 언론사를 봉쇄, 진입할 것이다.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단전 단수 요청이 오면 협조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 지시는 이 전 장관이 보았다는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휴대전화로 '헌법'을 검색해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언론의 자유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헌법 규정을 찾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에게 보고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이 당일 22시52분경 대접견실로 들어와 한 전 총리, 이 전 장관과 대화를 나눈 뒤 일어나 대접견실 출입문으로 향하자, 이 전 장관이 상의 안주머니에서 단전 단수 조치 지시사항 문건 등을 꺼냈고, 한 전 총리는 옆에 있던 문건 더미를 가져와 읽어봤다. 이 전 장관이 한 전 총리에 단전 단수 조치 지시사항 문건을 보여주고, '대통령 집무실에서 받았다'는 취지로 말한 뒤 이 문건을 넘겨줬다.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조치 지시사항 문건 내용과 실행계획 설명에도 한 전 총리는 이를 제지하거나 만류하지 않고 오히려 이행을 독려하는 취지로 말했다고 재판부는 파악했다.

언론사 단전단수는 헌법상 금지하는 검열

재판부는 언론사 단전단수 행위를 두고 헌법 제21조 제2항 '언론출판 검열 금지' 조항을 들어 “허가받지 않은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하고, 사전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라고 규정했다.

윤 전 대통령 지시에 의해 이상민 전 장관이 허석곤 청장에 전달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두고 재판부는 “언론사와 선거여론조사기관을 물리적으로 봉쇄하여 단전 단수 조치하면 업무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전에 특정 언론사의 발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의하여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 검열에 해당 한다”라고 판단했다.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논의는 재판부가 본 한 전 총리의 중요한 내란중요임무종사 범죄행위의 하나다.

▲ 2024년 12월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포고령에 대해서도 “포고령을 발령하여,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고, 특정 언론사의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며, 헌법이 금지하는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 검열을 시행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라면서도 한 전 총리가 이를 막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판결문에는 내란중요임무종사 관련자들이 사전에 언론에 특별담화 언급을 해놓았다는 대목도 나온다. 재판부는 계엄선포 전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군대가 이미 다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냐'는 취지로 묻자 김용현은 '그렇다.', '이미 언론에도 22:00에 특별담화가 있다고 이야기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계획을 바꿀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였다”라고 썼다.

특겸 최종의견, 시간대별 언론사 봉쇄계획 드러나

내란특검팀은 지난 12일 이상민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 결심공판 최종의견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계엄 당일 19시30분경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청장을 만나 '22시 국회, 23시 민주당사, 24시 MBC JTBC 한겨레 경향신문 뉴스공장, 단전단수 봉쇄'라는 내용과 시간대별 봉쇄 계획이 적힌 문건을 나눠줬고, 이 전 장관에도 (20시36분 경부터 21시10분 경 사이에) 같은 문건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날 대통령실에 도착한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담긴 문건을 건네주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도 자신이 본 문건에 MBC, JTBC, 한겨레, 경향신문 등 언론사가 기재돼 있었고 단전 단수라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문건은 증인들의 진술과 증언으로 재구성한 문건이라고 특검은 전했다.

김용현 전 장관이 기무사 계엄문건을 참조해 만들었다는 포고령 제1호의 제2항과 제3항에서 언론사 통제에 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두고 특검은 “계엄의 비판적인 언론사를 마비시켜서 계엄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위헌적인 비상계엄 상태를 계속해서 지속시키려 한 것”이라며 “이 전 장관은 특정 언론사의 언론 기능 자체를 마비시켜 포고령의 규정을 실현시키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재판 결심공판에서도 언론사 봉쇄 및 언론사 단전단수는 주요 내란혐의의 하나였다. 박억수 내란특검보는 지난 13일 윤 전 대통령에 사형을 구형하면서 “치안과 범죄 대응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은 국회·야당 당사·언론사 봉쇄를 지시받고 주저 없이 이를 이행하였다”라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의 일곱번째 혐의로 '주요 언론사 단전·단수 및 민주당사 봉쇄'를 제시하면서 “언론사 단전단수를 통한 봉쇄를 통해 비상계엄 반대 여론 확산을 차단하려 하였다”라고 판단했다. 박 특검보는 양형사유에서도 “국민의 정치적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 생명, 신체의 자유 등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 것은 그 자체로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한 것”이라며 “단전 단수라는 비인간적 방법을 통해 비판 언론사를 폐쇄하려 하였다”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허위공보 무죄판결 논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집행 방해 사건 판결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적 사법적 위기 타개를 위한 허위 공보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범행을 무죄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4일 홍보수석실 해외홍보비서관 겸 외신대변인에게 전화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는 내용의 공보지침(Press Guidance: PG)을 작성 및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했다. 재판부는 외신대변인의 PG 전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비서관이 대통령의 직무상 명령 복종의무가 있고 △해당 비서관이 '사실에 터잡아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만한 근거규정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PG 내용에 일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해서 국민 알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했으며, “사실관계를 가려내 판단할 권한 또는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봤다.

내란 특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공보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넣어 정보전달을 왜곡하게 만들 수 있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뿐 아니라 특검도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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