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 “뻔하지 않은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인터뷰]

장항준 감독은 늘 유쾌하다. 그도 스스로 말했다시피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여유와 재기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분출됐다. 그는 과거 예능의 작가이기도 했으며, 드라마도 연출했다. 스스로 방송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도 연출한다. 그의 언변과 분위기로 빚어내는 즐거움은 늘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 앞에서는 그의 웃음기도 사라졌다 나타났다 했다. 모두 다 저물고 있다는 한국영화의 2026년 새해 벽두 명운을 짊어진 책임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스스로 비극적인 삶을 산 단종과 엄흥도의 이야기를 그려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성격은 이러한 비극을 통해서도 언 땅에 새싹이 나듯 삐죽삐죽 돋아나기도 했다.

“뻔하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뻔한 작품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나약하고 줏대 없는 단종, 그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 그리고 굽은 허리에 광기로만 그려지는 한명회 등요. 이 모든 걸 재설정해야 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황성구 작가님의 시나리오를 봤는데 마무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런데 그걸로 마무리하기엔 많이 빠진 부분이 있었죠. 어느 정도까지 역사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 그런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조선시대 계유정난을 통해 숙부인 수양대군 세조를 통해 쫓겨난 단종 이홍위(박지훈) 그리고 폐위 후 유배를 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그의 시신을 몰래 수습해 장사를 지내고 은둔한 엄흥도(유해진). 이 두 사람의 짧은 이야기엔 살이 붙었다. 원래 단종의 유배지 강원도 영월 청령포의 마을 촌장이 엄흥도였고, 그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유배지를 유치하려 애쓰고 결국 유배 온 단종과 교감한다는 이야기다.

“사료에 나오는 역사는 정치적 결과에 따른 이미지이죠. 단종에 대한 기록을 보면 영특하고, 똑똑하고, 강단도 있어요. 대신들도 큰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죠. 할아버지도 왕이고, 아버지도 왕이고 할머니와 어머니도 중전인 왕이 조선에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헌법적 가치에 준하는 ‘정통성’이 최고인 왕이었죠.”
그와 25년 가까이 친분이 있던 배우 유해진의 캐스팅은 납득이 되는 부분이었지만, 최근작 ‘약한영웅’도 안 봤다는 단종 역 박지훈의 캐스팅 그리고 거한의 이미지가 있는 유지태의 한명회 캐스팅 또한 궁녀 매화로 전미도를 기용한 선택 등은 모두 의외성의 결과였다. 익숙한 인물이지만 낯선 배우들을 적극 기용해 만드는 새로운 에너지는 ‘왕사남’의 동력이 됐다.

“(박)지훈씨는 사실 가수로서의 이미지는 별로 몰랐어요. ‘약한영웅’이라는 작품을 보고 낙점했죠. 20대의 젊은 사람 같지 않았어요. 말수도 없고, 언행도 조심스럽고…. 제가 주로 개인적으로 대본연습하는 일을 선호하는데 극 중 한명회와 이홍위가 대립하는 장면이 있는데 에너지가 너무 좋았죠. 보통 선생님이 말 잘 듣고, 잘하는 학생을 좋아하잖아요. 지훈씨를 본 제 생각이 그랬던 것 같아요.”
한국영화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요즘, 그런 의미로 ‘왕사남’은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시기 역시도 의미심장하다. 민족의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고, 남녀노소 접근성이 좋은 사극이다. 게다가 비극적인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서울의 봄’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등 앞선 결의 작품들이 성적이 좋았다. 아무리 사람 좋은 미소의 장항준 감독이라도 이러한 시대의 엄혹함과 자신의 작품에 쏟아지는 기대를 모를 리가 없다.

“한국영화의 분위기 반전 기회가 없어졌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시나리오를 써도 투자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은데 저희는 투자를 받고 캐스팅을 하게 됐어요. 새해부터 시작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작품이 예상을 깨고 상당한 흥행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사실 ‘만약에 우리’가 ‘아바타:불과 재’의 일일 박스오피스 기록을 제치는 순간에는 피가 끓는다고 할까요. 그런 기분이 있었죠. 우리 말고도 많은 영화들이 분위기를 이었으면 합니다.”
역시 장항준 감독하면 그의 영원한 동료이자 지지자 김은희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각각 창작자이지만, 창작에서는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 여느 부부 창작자와 다르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하게 한다. 장항준 감독은 김은희 작가로부터 좋은 예감을 받았다며 다시 웃었다.

“제가 작품을 할까 말까 고민할 때 김은희 작가님에게 물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서로 작품을 최종 결정할 때 물어보거든요. 저도 김은희 작가도 적지 않은 제안이 있으니 거의 다 고민해놓고, 이를테면 51대49가 되면 확인받는 거죠. 김은희 작가는 촬영 거의 끝날 즈음에 ‘오빠, 이거 진짜 잘 될 거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으니 ‘몰라, 그냥 느낌이 그래’라고 해요. 저희 아이도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고요. ‘거장들 났네’라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죠.(웃음)”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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