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에 흔들리는 삼성·LG 가전부문, 새 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오유진 기자 2026. 1. 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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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가전, 4분기 동반 영업 적자 전망…수요 둔화·중국 여파
AI 프리미엄 내세웠지만, 칩플레이션에 수익성 회복은 안갯속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가전사업에서 나란히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시내 한 가전제품 매장에 진열된 삼성전자 TV 제품 ⓒ 연합뉴스

국내 가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가전사업에서 나란히 부진의 늪에 빠졌다.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와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 심화, 메모리·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원가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면서다. 양사는 인공지능(AI)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TV·에어컨·세탁기 등 생활가전 사업부문에서 동시에 부진을 겪으면서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의 호실적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에서는 약 1000억~3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와 TV 중심의 MS사업본부가 동시에 부진하며 9년 만에 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HS사업본부가 약 1000억원, MS사업본부가 2000억~3000억원대 영업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가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겪었던 2016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가전업계가 체감하는 부진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가전 수요 위축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경쟁 구도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이미 주도권을 쥔 지 오래다. 유로모니터 인터네셔널에 따르면, 중국 하이얼(Haier)은 냉장고·세탁기 판매량 기준 17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해 온 TV 시장에서도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17%로 1위를 지켰지만, 중국 TCL이 전년 대비 점유율을 3%p 이상 끌어올린 16%까지 추격하며 격차를 1%p 차이로 좁혔다.

밥 오브라이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11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삼성은 TCL 대비 확고한 격차를 유지했다"면서도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들이 미니 LED와 중·대형 TV 등 고성장 상품군에서 출하량을 늘리며 경쟁 압박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마트폰과 PC 등 주요 IT 기기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 연합뉴스

메모리·디스플레이값 급등…가전엔 '칩플레이션' 직격탄

가전사업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은 부품 원가의 급격한 상승이다. TV와 노트북, 대형 가전에 탑재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AI 기능이 강화된 최신 가전일수록 고성능 반도체 탑재 비중이 높아지면서 원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반도체를 조달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가전사업부 입장에서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셈이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동시에 생산하는 삼성전자에 대해 "스마트폰과 PC 등 세트(완제품)를 판매하는 사업부의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메모리와 세트 사업부 간 온도 차는 향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품값 인상으로 인해 올해 출시한 노트북 신제품의 출고가를 지난해 동급 모델 대비 50만~100만원 이상 인상했다. 다만 출고가 인상이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이 전년 대비 14.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메모리 가격 인상이 원가 대비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고수익 제품 위주의 믹스 개선과 더불어 소비심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LG는 AI를 탑재한 가전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양사는 이달 초 열린 CES 2026에서 AI를 가전사업의 핵심 진화 포인트로 나란히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TV·냉장고·세탁기 등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AI 연결성을 강조했고, LG전자는 홈 로봇인 'LG 클로이드'와 연동되는 AI 가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업체들 역시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고가 프리미엄 전략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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