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뒤집기’에 車업계 패닉…“현실화되면 버틸 수 없다”

정경수 2026. 1. 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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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수출 비중 42%…차업계 대혼란
현대차 연간 8.4조원 관세 부담 추산
‘미국 수출 90%’ GM 한국사업장 비상
‘관세 15%’ 일본·EU 대비 타격 불가피
업계 “기업 경영환경 지속성 절실” 호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기습 발표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뉴시스]

국내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다시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되돌릴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미국 정부가 한미 간 정상 합의를 계기로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힌지 불과 두 달 만에 ‘뒤집기’ 발언이 나온 가운데 업계는 “관세 인상이 현살회 되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01억5400만달러(약 44조원)다. 이는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액 720억달러의 약 42%를 차지한다. 현대자동차·기아가 현지 생산을 늘리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매년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25% 관세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할 연간 관세 비용은 약 8조4000억원에 달한다. 분기 기준으로는 약 2조원 수준이다. 반면, 관세가 15%로 내려가면 관세비용은 5조3000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체 실적에서도 대미 관세가 미치는 영향력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7% 증가하며 처음으로 300조원 돌파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해 4~10월 적용된 고율 관세 여파로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기업들이 제시한 관세 영향을 고려할 때, 관세에 따른 실적 악화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완성차”라며 “특히, 25% 관세율이 지속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산 수입 비중이 높은 현대차 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5% 관세율이 지속될 경우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력 악화도 불가피하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이미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대미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췄다. 앞서 실제 한미 관세 협정이 차일피일 밀리면서 현지에서 현대차그룹 차량과 일본 동급 모델의 가격 역전이 현실화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에드먼드가 공개한 버지니아주 기준 2025년식 자동차 권장 소비자 가격을 살펴보면, 현대차 쏘나타는 연초 2만8145달러로 토요타 캠리보다 약 1750달러 싸지만, 한일 자동차 간 10%포인트의 관세 격차가 발생하면, 쏘나타가 캠리보다 965달러가 더 비싸진다.

그간 현대차·기아는 양사가 비축한 재고 물량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등 ‘버티기 전략’을 펴 왔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83만6172대를 판매, 11.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미국 내 생산 능력은 연 7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만대 이상은 한국이나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하고, 미국 생산 물량을 연내 120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현대 앨라배마 공장(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34만대)에 더해 2024년 말 가동을 개시한 HMGMA 생산량을 최대 50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관세 충격을 흡수하고 가격·물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당장 ‘관세 리스크’가 재연될 경우 실질적인 대미 투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GM 한국사업장의 수출 물량은 44만7216대로, 전체 판매량의 96.7%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 비중은 90%에 달한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트랙스, 뷰익 앙코르 GX·엔비스타 등 미국 내 인기 크로스오버 모델 대부분이 한국 공장에서 생산된다.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GM은 미국 내 저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관세 리스크와 내수 부진이 겹칠 경우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국내 부품사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12억달러(약 31조원)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이 가운데 약 35%가 미국 수출 물량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간 생존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면, 우리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 경영 환경 지속성을 확보 지속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쟁점이 되는 관련 법안이 국내 입법 절차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미국 정부의 ‘관세 뒤집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미 전략적 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읽히는 만큼 양국 간 조속한 합의를 통해 대미 관세가 다시 15%로 재확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율 인상 배경이 한국 국회의 비준 문제에 기인한 것이 사실이라면, 향후 한국 정부의 정책 결정 및 비준 절차 진행 속도에 따라 관세율은 비교적 빠르게 15%로 재차 원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한미 무역협상은 이미 양국 대통령 간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며 “국회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결국 이는 시간의 문제다. 양국 간 조속한 합의를 이룬다면,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는 조기에 15%로 재확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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