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113) 학여기식(學如飢食)

knnews 2026. 1. 27. 11: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배우는 것은 배고플 때 먹으려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동방한학연구원장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공부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통절(痛切)하게 정성스럽게 진지하게 해야 한다. 마치 배고플 때 먹는 것을 찾듯,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찾듯 해야 한다. 화재를 진압하듯, 도망간 사람을 잡듯 해야 한다.”라고 했다.

가장 간절하게 정성을 다해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겠다고 대학원에 들어오지만, 학문을 이루어 박사학위를 받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학생도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중도에서 포기한다.

공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첫째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둘째 배우겠다는 열의가 간절해야 한다. 셋째 부지런해야 한다. 넷째 끝까지 가는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를 갖추면, 공부를 할 수 있다. 이 중에 한 가지만 없어도 공부는 안 된다.

학문을 이룬 사람 가운데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한 사람도 있지만, 개중에는 여러 악조건을 다 극복하고 학문을 이룬 사람도 있다. 좋은 환경에서도 학문을 못 이룬 사람이 부지기수다.

1986년 필자가 경상국립대학교(慶尙國立大學校) 중문과(中文科)에 근무할 때 방송통신대학(放送通信大學) 중문과의 출석 수업에 강의를 맡고 있었다.

어느 날 강의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뒤에 어떤 중노인 한 분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뒤에 만나보니, 그는 공무원으로서 고향 의령(宜寧)에서 면장을 마치고 평생의 소원인 한문 학습을 위해 중문과에 입학한 이종경(李鍾慶)이라는 분이었다. 그때 그분은 52세였고, 필자는 35세였다.

처음에 시험 채점을 해 보니 성적이 별로였다. 그 뒤 학기가 지날 때마다 성적이 향상돼 한문 문리가 트인 것 같았다. 어릴 때 유학자이고 독립유공자인 조부 수산(壽山) 이태식(李泰植) 선생에게 한문을 배운 기초가 있는 데다 워낙 간절하게 열심히 집중해서 하니 문리가 트인 것이다.

농사일 하면서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학문을 이루느냐 못 하느냐는 환경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뜻이 좌우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 뒤 의령 향교(鄕校) 전교(典校), 문화원장(文化院長), 덕곡서원(德谷書院), 의령군사(宜寧郡史) 편집 책임 등을 맡아 큰 역할을 했다. ‘의령군지(宜寧郡誌)’, ‘의령향교지’, ‘덕곡서원지’ 등의 편집 간행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고향에서 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지난 1월 24일 많은 유림들이 모여서 그의 학덕(學德)을 기리는 묘갈(墓碣) 제막 및 고유제(告由祭)가 그의 고향 마을에서 거행됐다.

연령이나 환경을 탓하지 말고 굳게 뜻을 세우고 시작하면 언제든지 학문을 이룰 수 있다.

*學 : 배울 학. *如 : 같을 여.

*飢 : 굶주릴 기. *食 : 먹을 식.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