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 "아직 겨울"…블루칩 작가로 올해 미술시장 가늠
출품작 200여점 140여억원어치
초고가작보다 검증된 작가들로
장담 못할 안갯속 2026 미술시장
지난해 낙찰총액 간신히 반등해
바닥 다지고 '조용한 회복' 전망

근거는 2025년 미술품 경매시장을 집계한 수치에 있다. 상반기까지 헤매다가 하반기 끝자락에 이르러 가까스로 오름세를 탔던 건데. 서울옥션·케이옥션을 포함해 국내 8개 경매사가 2025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온·오프라인 미술품 경매의 낙찰총액은 1405억원(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2025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 지난 5년간 뚝뚝 떨어지기만 하다가 간신히 유턴해 끝자락에 안착했다. 그리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다. 2024년(1151억원)보다 254억원이 증가했지만 2023년(1535억원)에는 못 미쳤고, 호황 붐을 타고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3294억원)에 비하면 43% 수준이니까. 그럼에도 “얼마만에 돌아선 플러스인가” 할 만했던 거다.
최근 나온 또 하나의 통계(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2025년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도 역시 미술시장을 깊은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국내 9개 경매사가 2025년 진행한 미술품 경매로 총합한 낙찰총액은 1427억원. 2024년의 1357억원보다 70억원 늘어 5.16%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출품작 수는 1만 9723점으로 2024년 2만 4831점에 비해 20.5% 감소했는데, 수치를 상승으로 뒤바꾼 주역은 ‘고가작품’에 있었다. 지난해 10억원 이상 낙찰작품이 9점으로 2024년 5점보다 늘어났던 거다(80.0% 상승).

덕분에 수치는 상승했으나 시장이 상승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희한한 장면이 나와버렸다. 작품이 팔리기는 했으나 정상적으로 위기를 극복해낸 것처럼 보이질 않는 ‘더욱 알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할까. 그 연장선상이라 할 2026년 미술시장을 예측하며 전문가들은 “조용한 회복”을 전망하는 모양이다. “지표상으로는 플러스 흐름이 예상되지만 탄탄한 지지층을 가진 작가와 일시적 유행에 그친 작가 간의 격차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보태기도 했다.

어쨌거나 부담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상태로 해는 바뀌었고 새해 새 시장은 다시 움직인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첫 메이저 경매 예고로 2026년에 들어설 채비를 갖췄다. 두 경매사가 1월에 내놓을 출품작은 200여점, 140여억원어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27일 먼저 진행할 ‘서울옥션 제189회 미술품 경매’에는 110여점 50여억원어치가, 다음날인 28일 케이옥션 본사에서 여는 ‘케이옥션 1월 경매’에는 90여점 90여억원어치가 나선다.
두 경매사를 통틀어도 초고가 출품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경매의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경매를 장식한 샤갈의 작품처럼 특별한 작가의 더 특별한 작품이 나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신 한국 경매시장을 이끌다시피 하는 ‘블루칩 작가’들의 고른 분포가 도드라진다. 노멀한 수작으로 벌이는 진검승부라고 할까.
서울옥션이 도록 표지에 내건 작품은 장욱진(1917∼1990)의 ‘배와 고기’(1960, 22.1×10㎝)다. 세로로 긴 작품의 절반인 상단에는 배 한 척을, 절반인 하단에는 물고기 한 마리를 두고 서로 코를 맞대게 한 그림인데. 마치 바닷속 어딘가에서 벌어진 뜻깊은 조우를 포착한 듯 짙은 푸른색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향토색 물씬 풍기며 자연 속 가족의 풍경에 몰입했던 작가의 주요 작업에 비춰 볼 때 드문 소재고 귀한 색감이다. 추정가 1억∼2억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

우국원(50)의 100호 신작도 출품한다. 안데르센 동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굳건한 주석 병정’(The Steadfast Tin Soldier 2024, 130×162.1㎝)이다. ‘쓰러지지 않는 병정’이란 상징을 오늘의 언어로 전환해 특유의 블랙유머를 심어낸 작품의 추정가는 2억∼2억 6000만원이다.
해외작가로는 쿠사마 야요이(97)의 노란 호박과 우고 론디노네(62)의 ‘산’ 연작이 눈에 띈다. 검은 바탕에 노란 능선을 단단하게 그어낸 쿠사마의 ‘호박(AAT)’(1999, 15.9×22.3㎝)은 추정가 7억 3000만∼9억원, 붉은 머릿돌이 강렬한 ‘검고 희고 붉은 산’(2017, 35×48×143㎝)은 추정가 3억∼4억원을 걸고 새 주인을 찾는다.

케이옥션은 쿠사마에 집중했다. 원화 2점과 판화 3점 등 5점을 내거는데. 이제껏 봐온 쿠사마 작품과 결이 다른 한 점은 ‘드레스’(Dress 1982, 22.5×154.5㎝)다. 도록 표지로 소개하기도 한 이 작품은 특유의 ‘그물망 무한 증식’으로 호박도 나비도 아닌 앙증맞은 드레스 형상을 빚어 시선을 끈다. 주황색 옷걸이에 걸린 초록 칼라의 붉은 드레스란 다채로운 색감으로도 여느 작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추정가는 5억∼8억원. 또 한 점의 원화인 나비그림 ‘버터플라이 ‘TWAO’’(2004, 38×45.5㎝)는 호박에 찍던 도트 패턴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알록달록한 나비를 올렸다. 시작가 10억원부터 호가를 높여가며 응찰자를 미혹할 예정이다.
김창열(1929∼2021)의 물방울 연작 중 ‘표현의 정수’로 꼽히는 초기작인 ‘물방울 ABS N°2’(1973, 198×123㎝), 이우환(90)의 ‘다이얼로그’ 연작 중 회색 계열인 100호 대작 ‘다이얼로그’(2006, 162.2×130.3㎝)도 나란히 출품한다. 두 작품 모두 ‘아는 작가의 드문 작품’이다. ‘물방울’은 추정가 9억∼14억원, ‘다이얼로그’는 8억 9000만∼14억원을 달았다. 천경자(1924∼2015)의 종이 채색화 ‘북해도 쿠시로에서’(1983, 33×45㎝)도 보인다. 청량한 초록 초원에서 노니는 두루미떼를 정갈하게 포착했다. 추정가는 9500만∼1억 500만원이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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