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원픽 QQQ의 배신… AI 주도주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AI판 흔드는 메모리 업체의 ‘공급자 우위’
전문가 “소프트웨어 비중 큰 QQQ 불패는 옛말”
오랜 기간 서학개미들의 ‘필승 공식’이었던 나스닥100(QQQ) 적립식 투자에 경고등이 켜졌다. AI 산업의 무게추가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옮겨가면서, 지수를 이끌던 덩치 큰 빅테크들이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올해 나스닥100지수는 1.4% 오르는 데 그쳤다. 과거의 폭발적인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거북이걸음’ 중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QQQ내에서 비중이 높은 마이크로소프트(-3.65%)와 메타(-0.2%) 등 이른바 ‘소프트웨어 대장주’들이 죽을 쓰고 있어서다.
반면 AI 인프라와 직결된 반도체·메모리 종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는 같은 기간 14.46% 상승했다. SOXX에는 엔비디아, 마이크론, AMD, 퀄컴 등이 핵심 종목으로 편입돼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을 반영하는 ‘아이셰어즈 확장 테크-소프트웨어 섹터 ETF(IGV)’는 같은 기간 7.55% 하락했다. 기술주 내에서도 수익률 격차가 커지는 모습이다.

AI 산업의 주도권이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분석이 ETF 수익률로 증명되고 있다. AI가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며 연산 효율과 데이터 처리량을 좌우하는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 제조사는 공급자 우위의 수혜를 누리는 반면, 이를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빅테크들의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은 AI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보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들이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더 많은 돈을 인프라 구축에 써야 하는 처지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의 올해 자본적지출(CAPEX)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41%, 21%, 34%, 60%로 추정된다. 네 기업의 올해 자본지출 합산 전망치는 4978억달러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이는 주요 연구기관들이 제시한 AI 인프라 투자 연평균 성장률(CAGR) 전망치 30.6%를 웃도는 수치다.
반면 메모리 생산 기업은 구조적으로 수혜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전례 없는 메모리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출하 물량(Q) 증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6~2027년 메모리 공급의 단기 증설이 현실적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공급 부족 현상은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례로 올해 삼성전자 낸드 웨이퍼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어 향후 메모리 가격은 탄력적인 상승 국면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 같은 산업 구조 변화는 나스닥100 지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는 소프트웨어 빅테크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부담으로 주가가 부진한 반면 시총 하위권인 반도체·인프라주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시총 하위 종목의 비중이 작아 이들 주가가 상승해도 대형주의 부진을 상쇄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존처럼 나스닥100을 기계적으로 적립식 추종하는 전략이 과거와 같은 성과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운용사 글로벌 전략 담당자는 “미국 스타링크와 글로벌 소버린 AI 프로젝트 등을 감안하면, 2032년까지 데이터센터 중심의 자본지출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가시화되는 하드웨어 영역에 지수 상승세가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은 지수를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전략은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주요 빅테크 실적을 통해 AI 산업의 실질 수요와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급등한 메모리 가격이 빅테크 수익성에 미친 영향도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기업들의 투자 지출 확대가 실제 수익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향후 산업 장기 성장 기대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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