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美전쟁부 정책차관…“핵잠수함, 한미 동맹에 기여”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6. 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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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태 안정은 공동책임이자 이익
李대통령 ‘자주국방’ 높이 평가
주한미군 유연성 확보 포석 풀이
韓은 전작권 전환 불가피성 강조
핵잠 신속 도입 필요성도 설득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과 접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 정책차관이 26일 방한해 한반도 안보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가 결국 한미동맹의 견고화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역내에서 공동의 방위 책임을 비례적으로 분담해 양국의 이익을 수호해야 관계가 긴밀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콜비 차관은 이날 오후 세종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3.5%로 증액하고, 한반도에서 재래식 방위에 대한 책임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현명하고 현실적인 판단”이라며 “이는 한미동맹을 장기적으로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기간 ‘동맹이란 일방적인 의존이 아닌 공동 책임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한국이야말로 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가 전쟁부 정책차관으로서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콜비 차관이 언급한 한미 양국의 공동 책임이자 이익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정성 확보다. 그는 인태 지역에 대해 “글로벌 성장의 중심지이자 한국을 포함한 세계 제조업의 핵심 허브이며 21세기 지정학의 중추”라며 “이 지역의 향방은 미국의 장기적 안보, 번영, 자유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콜비 차관은 대중국 견제와 관련해 “아시아의 안정은 어느 국가도 이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력 균형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며 “미국의 인태 방위 전략은 제1도련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에서 ‘거부에 의한 억제’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필리핀·한반도 등지에 분산된 군사 태세를 현대화하고 진전시켜 침략이 실현될 수 없게 만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는 콜비 차관의 이번 방한을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전쟁부가 발표한 새 국방전략(NDS)에 대한 지지 획득을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 인태 역내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억지하는 역할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분석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과 접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
일각에서 콜비 차관이 한국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글로벌 전략에 모범적으로 참여하는 국가라고 치켜세운 점에 대해서는 한국을 향한 합의 이행 압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은 국방비 증액 외에도 2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콜비 차관은 이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NDS에 대해 설명하고 핵잠수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동맹 현대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한미가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 현대화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합의한 만큼 구체적인 성과를 신속하게 도출하자고 요청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콜비 차관과 만나 한국의 한반도 방위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군 주도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한미 군사동맹을 한층 격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과 접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조 장관도 콜비 차관과 조찬 회동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 논의가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콜비 차관에게 핵잠과 관련해 양국 실무 차원에서 본격적인 협의가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이행 방안도 도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콜비 차관은 이후 위 실장과도 만나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콜비 차관은 이날 오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고 27일 일본으로 출국해 당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콜비 차관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중국과 대립하며 패권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고립시키거나 굴욕을 주려는 의도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의 이익을 보호하는 가운데 중국과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를 추구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분명히 밝혀왔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어떤 국가도 역내에서 패권을 강요할 수 없는 안정적 균형 상태”라며 “힘의 균형을 통한 안정 상태는 역내 국가들이 자유롭게 교역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번영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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