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플레이션에 ‘램테크족’까지 등장

유준호 기자 2026. 1. 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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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용 D램 6만원대서 40만원대로
“금값보다 더 잘 올라” 사재기 조짐
D램 등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칩플레이션'으로 인해 조립 PC와 노트북 등 제품 가격이 덩달아 치솟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의 대표적 조립 PC 전문 상가인 용산구 한강로 선인상가가 한산한 모습이다. /장경식 기자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위해 조립형 PC를 맞추려다 계획을 접었다. 김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만~120만원이면 충분했는데, 견적을 내보니 200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환율과 반도체 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이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일부에선 메모리 반도체를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램테크(램+재테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신학기 노트북·PC 가격 올라

삼성전자는 26일 노트북 신제품인 ‘갤럭시북6 울트라’와 ‘갤럭시북6 프로’ 2종을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 3를 탑재해 전력 효율과 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가격은 예전 제품보다 크게 뛰었다. 갤럭시북6 울트라는 462만~493만원, ‘프로’는 260만~351만원이다. 1년 전 갤럭시북5 시리즈의 경우 ‘울트라’ 없이 프로 모델만 출시됐는데, 출고가는 세부 사양에 따라 176만8000~280만8000원이었다. 프로 모델 가격 최상단 기준 약 70만원이 오른 것이다. 갤럭시북 프로 모델 출고가가 300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LG전자의 노트북 신제품 ‘LG그램 프로 AI 2026’도 마찬가지다. 인텔 프로세서 U5, 16GB 메모리, SSD 512GB를 탑재한 16인치 모델 출고가는 314만원이다. 1년 전 모델보다 50만원 정도 올랐다.

조립 PC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PC 부품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작년 9월 127만8530원이었던 조립 PC(포유컴퓨터 퍼포먼스) 가격은 26일 기준 205만6260원으로 올랐다. 게이밍 PC(다나와 표준)는 같은 기간 200만원에서 305만원으로 100만원 이상 급등했다.

노트북과 PC 가격 급등의 주범은 메모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들은 AI(인공지능) 열풍으로 단가가 높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일반 D램 생산 라인을 HBM 생산 라인 등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일반 D램 공급이 부족해졌고 가격은 수직 상승 중이다.

PC용 범용 D램(삼성전자 DDR5-5600 16GB) 최저 가격은 작년 9월 6만9246원에서 26일 기준 40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PC 장착용 램 2개 구입에만 80만원 이상 들어가는 셈이다. 고환율(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가 인상도 소비자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일단 사두자”… ‘램테크’ 나서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자 램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향후 2~3년간 램 가격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금값보다 더 잘 오른다. 지금이 저점”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20대 김모씨는 “집에 남아 있던 중고 램 16GB짜리 2개를 중고 장터에 30만원에 내놨는데, 5분도 안 돼 6명에게 연락이 왔다”며 “말로만 듣던 ‘램테크’를 체감했다”고 했다.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PC 부품 거래액은 전월 대비 23%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램 거래액은 33% 늘어 상승 폭이 컸다. IT 업계 관계자는 “D램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연례 행사처럼 등락을 반복해 왔다”며 “업체들의 공급 조절이나 AI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언제든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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