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과 유럽 잇는 가교"… 국제교류 날개 달다
영국 대학 한국어 전공 인연 한국행
수년간 포럼·행사 참여해 신뢰 구축
'부산 잘 아는 외국인' 알려져 임용
비영리 민간경제단체 45개사와 협력
조선해양위 정보 교류 등 핵심 활동
세계적 조선·해양 인프라 높이 평가
단순 교류 넘어 실질 성과 창출 목표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한 청년이 이제는 부산·울산·경남과 유럽을 잇는 국제 경제 교류의 가교로 자리 잡았다. 밀라드, 안드류 스탠리(Milad, Andrew Stanley) (43)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부산지부장은 학문과 산업, 지역과 세계를 잇는 독특한 이력으로 부산 국제교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한국과의 인연은 2004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뉴캐슬대학교(Newcastle University)에서 언어학(독일어, 한국어)을 전공하던 당시 그는 경희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단순한 배움에 그치지 않고 국토대장정에 참여해 금강산에서 비무장지대(DMZ)를 거쳐 경희대 서울 캠퍼스까지 400여㎞를 도보로 이동했다. 당시 금강산도 방문했다. 7월부터 8월까지 뜨거운 계절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지만, 한국 사회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었다"는 그의 회상은 이후 삶의 방향을 결정지은 출발점이 됐다. 그에게 한국은 더 이상 '외국'이 아닌 이해하고 살아보고 싶은 공간으로 다가왔다. 2003년 겨울 한학기 동안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독일 생활도 했다.
한국에서 1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간 그는 2005년 뉴캐슬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영국 대학가에서 중국어나 일본어가 각광받던 시기에 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당시 영국 대학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분명한 나라라고 느꼈다"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깊이 공부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이 됐다.
2006년 그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초 2~3년 정도 한국어를 더 배우고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그의 계획을 바꿔놓았다. 6개월 간 서울을 거쳐 정착지를 부산으로 정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는 "서울은 기회가 많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부산은 국제도시이면서도 사람 중심의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부산은 그의 삶의 무대이자 가족의 터전이 됐다.
2010년 9월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한 이후 2012년 8월과 2016년 8월 부산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에서 국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한 그는 국제정치, 유럽연합(EU), 국제경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학문적 기반은 교육 현장으로 이어졌다.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국제정치 강의를 시작으로 학교에 몸담았다. 2014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신라대학교에서 강사와 교양을 강의 했고, 2016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부산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강사로 보임돼 EU정책을 강의했다. 2015년 3월부터 2022년 8월 말까지 부산외대 조교수로 임용돼 파이데이아 창의인재학과/만오교양대학에서 강의했다. 2022년 9월부터 현재는 국립창원대학교에서 국제학·국제경제 분야 조교수로 재직하며 지역 대학생들에게 국제적 시각을 전하고 있다. 2022년 12월부터 2024년 2월말까지 외국인 최초로 국립창원대학교 국제교류교육원 원장으로 임용됐다. 그는 "지역 대학에서 국제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한 학문 전달이 아니라 지역의 시야를 세계로 넓히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ECCK와의 인연은 학문과 현장의 접점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부산대학교 EU센터 활동을 통해 ECCK 행사와 세미나에 참여하며 실무를 접했고, 다국적 기업 관계자와 공공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수년간 각종 포럼과 연말 네트워킹 행사에서 사회(MC)를 맡으며 현장을 누빈 그는 '부산을 잘 아는 외국인'으로 신뢰를 쌓아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2022년 8월 16일 공석이 된 ECCK 부산지부장으로 공식 임용됐다.

ECCK 부산지부는 부산·울산·경남을 관할한다. 조선·해양, 물류, 에너지 산업이 주요 축이다. 현재 회원사는 약 45개사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밀도 있는 활동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 그는 "회원 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실제 협업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부산지회는 매달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정기 네트워킹 행사와 산업별 세미나를 열고 있다.
특히 조선해양위원회는 부산지부의 핵심 활동 중 하나다. 친환경 선박, 해양 신기술, 에너지 전환 등 유럽과 한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를 중심으로 정보 교류와 협력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연말 네트워킹 행사에는 120명 이상이 참석해 ECCK 부산지회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밀라드 지부장은 부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부산과 경남은 세계적인 조선·해양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여기에 유럽의 기술력과 자본, 친환경 정책 경험이 결합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한 교류를 넘어 공동 프로젝트, 투자, 기술 협력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성과 창출이 그의 목표다.
그의 삶은 이미 한국 사회 깊숙이 자리 잡았다. 친구 소개로 사귀던 똑똑하고 예쁘고 자신과 성격이 잘 맞는 한국인 여성(약사)과 2008년 결혼해 두 딸(17, 15)과 아들(13)을 둔 그는 부산에서 다문화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외국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영어 배우기를 좋아하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깨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생선회와 돼지국밥 등 한국음식을 즐기고, 부산 골목의 일상에 익숙해졌다. 그는 "이제 한국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시골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부산에서 사는 것은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산업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 아름다운 자연,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 부산(부·울·경)에서 살고 일하는 것의 장점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젊은 인재들과 외국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해양대, 부산인재개발원, 노르웨이 비즈니스 협회, 부산디자인센터 등에서 국제 개발협력 등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다수의 국제정치 관련 논문 발표와 함께 1박 2일, 아침마당, 미녀들의 수다, 인간극장, 좋은 아침 등 TV 예능 출연도 했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간호사이자 맨체스터대학 간호학 조교수인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 아직도 어릴 적 꿈인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밀라드 지부장은 영국 맨체스터의 청년에서 부산의 국제 경제 가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문과 교육, 경제 현장을 넘나들며 지역과 세계를 잇는 그의 행보는 부산·울산·경남이 유럽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연결선이 되고 있다. 국제도시 부산의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현장에서, 그의 역할에 지역 사회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한편,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유럽연합(EU) 및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 기업들과 영국 및 북아일랜드 연합의 기업들이 한국에서 이익을 증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ECCK는 한국에서 활동하거나 한국과 관련된 유럽 기업들의 저명한 협회다. 통상산업에너지부(MOTIE)에 등록함으로써 ECCK는 2012년 12월 3일 비영리 비정치 단체로 공식 설립됐다. EU 대표단과 한국 내 유럽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승인을 받아 설립된 ECCK의 주요 목적은 회원들에게 한국의 비즈니스 및 규제 환경에 관한 정보, 소통,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럽 기업들이 조직의 최대 회원 기반을 형성하지만, ECCK는 모든 국적의 기업들이 가입하고 회원 혜택을 공유하는 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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