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기다리지 않는다 해도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기다림은 무에 이르는 질병이라는데
병이라도 앓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것이 없지 않은가?
기다림 때문에 기다림이 있어서
아픔이 곧 신의 은총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기다림이 항상 내일을 속인다는 것이
슬프다고 해도
기다리기 때문에 기다려서 그사이 기다림이 자랐다
삶을 요약하자면 기다림으로 시작해 기다림으로 끝나는 것. 끝날 때까지 기다림은 계속해서 기다림인 것. 억척스러운 진행형인 것.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일찌감치 알아버렸다 해도 달리 도리가 없다. 기다림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바람도, 기대도 없이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을 굴려 내기란 아무래도 난감한 법이다.
어제는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렸다. 눈이 녹아 진구렁이 된 거리를 자주 내다보았다. 그제는 오지 않는 메일을 기다렸다. 내 몫이 아닌 소식을. 괜한 클릭을 반복했다. 점심이 가면 저녁을 기다리고 저녁이 가면 밤을 기다리느라 종일 마음을 썼다. 아침을 기다리며 눈을 감고 또 다른 아침을 기다리며 눈을 떴다. 그렇게 오늘은 내일이 되어가는 것.
“기다림 때문에 기다림이 있어서” 내일은 당도한다. 기다리는 사람, 기다리는 소식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기다림은 어쩔 수 없이 희망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