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여행의 함정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선택관광으로 배보다 배꼽 더 커
일정변경 서면동의 없다면 위법
꼼꼼한 여행계약서 점검이 필수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거기에 12월에는 겨울 휴가철이, 1월에는 신정이, 2월에는 구정이 있으니 인천공항은 여행객들로 연일 북새통입니다. 당장 인터넷을 켜면, 눈이 번쩍 뜨이는 가격의 패키지 여행 광고가 우리를 유혹합니다. 후쿠오카 29만9000원, 다낭 49만9000원, 방콕 파타야 59만9000원 하는 식입니다. 비행기 티켓과 호텔, 가이드와 이동 차량뿐 아니라 식사와 간식까지 척척 제공되는 패키지여행은 언어 장벽과 치안 걱정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선택지입니다. 그러나 실제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듯한 광고에 낚였다는 피해자들도 많습니다. “선택 관광 비용이 본 여행비보다 더 많이 나왔다”든가, “선택 관광을 안 하겠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들이 관광하는 동안 땡볕에 한 시간 동안 세워두기만 했다”든가, “좁은 방에 가둬놓고 라텍스를 사라고 윽박질렀다”든가, “쇼핑센터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자, 거지라고 빈정거렸다”든가 하는 사례들이 그렇습니다. 특히 정에 약한, “가이드도 먹고 살아야죠”라는 호소에 선뜻 지갑을 여는 노인 분들이 좋은 타깃이 됩니다. 29만9000원짜리 패키지여행을 가서 120만원짜리 침향 제품을 사들고 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인터넷에서는 “패키지여행 빛 좋은 개살구인 거 모르는 사람도 있냐. 싸다고 좋아하면서 가는 사람이 호구다”, “양심 없이 삼사십만원에 다 해 먹으려고 하느냐, 도둑놈 심보다”라는 식의 악플도 보입니다. 이게 정말, 여행상품을 예약하는 사람의 문제일까요?

그렇다면 패키지 관광객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지킬 수 있을까요? 우선 여행 계약 전 일정표에서, 그리고 여행 계약 과정에서 여행 계약서에 명시된 쇼핑 횟수, 쇼핑 장소, 옵션 관광의 횟수와 가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여행 계약서에는 ‘쇼핑 2회’라고 적어놓고, 정작 여행을 가보면 “한국인 여행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꼭 들러야 하는 곳”이라고 하면서 여행 마지막 날을 쇼핑센터 순회의 날로 바꿔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여행업자가 선택관광 일정과 쇼핑 일정을 포함한 여행 일정을 변경하려면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여행객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반할 경우 여행사에 부분 환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온라인 여행사의 경우, 사이버몰을 통해 판매한 해외여행 상품의 옵션 관광이나 쇼핑 비용을 실제보다 더 부풀려서 청구하면 전자상거래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의 고의나 과실로 인하여 생긴 일이라고 하더라도, 판례에 따르면 여행자는 여행업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가이드가 한 일’이라고 하면서 여행사가 나 몰라라 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법적인 조처를 취하기 위해서는, 여행 당시 있었던 일을 입증하기 위한 동영상이나 사진, 녹음 등 명확한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물론 여행은 놀고 쉬자고 가는 것이지 싸우자고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분쟁에 아예 휘말리지 않는 게 가장 좋습니다. 패키지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면 기본적인 사전 조사가 필요합니다. 우선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한 여행상품은 구조상 쇼핑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므로 선택에서 제외합니다. 쇼핑 횟수와 쇼핑 장소를 확인하고, 판매되는 물품의 진위와 국내 판매 가격, 실제 후기를 검색해서 ‘이 정도 물건은 기분 좋게 사도 되겠다’는 선을 미리 정해두면 좋습니다. 여행계약서는 출력해서 그 내용을 꼼꼼히 점검하고, PDF 파일로 휴대폰에 저장해가서 필요할 때마다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사전 준비를 통해서,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즐겁고 신나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보야지!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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