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장 성남’, 사업비 낭비·위탁단체 비전문성 논란

고은정 기자 2026. 1. 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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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울산 조성사업
재단 “절차상 문제없어”
26일 찾은 울산 중구 만남의 거리에 위치한 '예술공장 성남02'의 철거 중인 내부 모습. 최지원 기자
26일 찾은 울산 중구 시립미술관 인근에 위치한 '예술공장 성남01' 모습. 최지원 기자

문화도시 울산 조성사업의 하나로 (재)울산문화관광재단이 추진 중인 '예술공장 성남'이 사업비 낭비와 위탁 운영단체 비전문성 논란에 휩싸였다. 청년 예술인의 지역 정착과 유휴공간 활용을 목표로 조성됐지만, 개소 2년 만에 일부 시설 운영이 종료되고, 일부 입주작가들 사이에선 운영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예술공장 성남은 2024년 6월 개소 이후 01(장춘로 116)과 02(중구 만남의거리 39, 2층) 두 곳으로 운영돼 왔다. 창작공간 9곳, 커뮤니티공간 3곳으로 구성돼 최근 2년간 9명의 청년 예술인이 입주해 활동했다.

# 02호관 철거…리모델링·원상 복구 비용 부담

논란의 첫 번째 축은 사업비 집행이다. (재)울산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에 따르면 예술공장 성남 02는 건물 노후로 누수가 발생했으나 건물주가 수리를 거부해 철거를 결정했다. 재단은 "불편한 환경에서의 창작 활동은 적절치 않아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소 당시 리모델링비에 이어 2년만에 철거로 인한 원상 복구비까지 부담하게 되면서 '사업비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단은 두 창작공간 조성 초기비용으로 약 2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별도 대체 공간 마련 대신 01호관 1층 공간을 활성화해 운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본지는 지난 2024년 개소 당시, 건물주 계약 연장 불발 등의 이유로 2년만 쓸 경우 최초 투자비와 임차료 낭비가 예상된다며 차라리 건물 매입으로 문화도시 사업 종료 이후에도 청년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공간으로 활용하는 지속성 확보의 필요성을 지적(본지 2024년 5월15일자 '청년 예술인 창작공간 지원 '예술공장' 사업비 낭비' 논란)한 바 있다.

# 새 운영단체 선정…레지던시 전문성 논란

두 번째 논란은 위탁 운영단체의 전문성 문제다. 재단은 2026년 2월부터 약 2년간 '예술공장 성남'을 운영할 위탁단체로 (사)사회고용정책개발원을 선정했다. 이 단체는 고용노동부 청년도전지원사업 운영기관으로서,  자체 홍보 채널에는 '지역고용사업 발굴', '일자리 플랫폼 구축', '사회정책 발굴' 등 고용 분야 사업을 중심으로 소개돼 있어,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레지던시 운영과 직접 연관된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운영단체 신청자격은 '울산 소재 문화예술 단체'이면서 최근 3년간 관내 문화예술 분야 프로젝트 수행 실적이 3건 이상이어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이 핵심 역량으로 보는 '최근 3년간 레지던시 운영실적'은 우대사항으로만 포함돼 논란이 확산했다.

재단은 선정 과정에 대해 "행정적 절차상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이 밝힌 선정단체의 최근 3년간 관내 문화예술 분야 프로젝트 수행 실적은 북구청 청년문화사업(야시장), 외국인 노동자 한국문화정착프로그램, 전남 영암 청년마을레지던시이다.

이승우 (사)사회고용정책개발원 비상임 대표는 "국비가 지원되는 만큼 공모심사에서는 집행 능력을 보고 판단했으리라 본다"며 "레지던시 운영 경험은 없지만 청년마을 사업 경험이 있고, 입주작가들과 정기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입주작가 "소통 부족·운영 부실"…재단 "일부 불만"

기존 입주작가 일부는 지난 2년간 운영단체와 소통 부재, 시설 관리 부실, 레지던시 프로그램 기획 부족, 평론가 매칭 혼선, 퍼블릭 프로그램에서의 '재능기부' 요구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평론가 매칭 프로그램이 2025년 중단됐다가 작가들의 요구로 재개됐고, 이 과정에서 작가들이 섭외·일정 조율까지 맡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퍼블릭 프로그램 재료비·강사비 일부를 재능기부 형태로 요구받았으나 항의 이후 정상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작가는 "창작공간에 맞지 않는 비전문적 운영으로 레지던시가 아니라 공유 작업실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이는 울산 레지던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반면 운영단체 실무자는 "일부 입주작가들이 재단과 운영단체의 역할이 나뉜 구조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불만을 표한 부분이 많다"며 "지난 3년간 운영인력 1명이 대관 관리와 시설 운영까지 전담하며 적극 지원해 왔고, 긍정적 평가도 많다"라고 밝혔다.

지역에서 레지던시를 운영중인 한 관계자는 "울산은 레지던시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만한 단체가 소수에 불과하다"면서도 "재단과 운영단체가 레지던시 운영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더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는 창작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 네트워크 협업 등 간접 지원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며 "그 역할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작업실 임차 수준에 그쳐 창작레지던시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레지던시 운영의 최소 기준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중간·종료 모니터링 의무화 △입주작가 보호를 위한 공식 소통·중재 창구 설치 △외부 자문단 도입 등 운영 전문성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