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농작물 죽고 사람은 구토…'재앙' 덮친 마을 그 후
[앵커]
작물이 검게 타 죽고 주민들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근처에 있는 보관소에서 화학물질 900L가 유출된 뒤부터입니다. 정부는 유해한 수치가 아니라는데, 주민들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기자]
충북 음성의 배추밭입니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겨울 배추는 이렇게 파랗게 익어서 이제 막 수확해야 될 때인데요.
그런데 제 뒤로 보시는 것처럼 이곳 배추들은 온통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완전히 시들어서 이렇게 손으로만 만져봐도 바로 파스러집니다.
배추는 검게 변했고, 반 년 간 키운 딸기 1억 원 어치는 전부 폐기했습니다.
이 갈색 더미들이 모두 폐기된 딸기 80t입니다.
3주 전에 버렸는데 아직까지 썩지도 않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류제영/멜론 재배 농민 : 2.5㎏, 3㎏ 이렇게까지 크는 거예요. 지금은 뭐 한 1㎏ 내외 안 되죠.]
한순간 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신관우/배추 재배 농민 : 그 사고만 없었으면 김장해가지고 다 지금 먹고 있겠죠. 찰나에 이렇게 된 거지.]
지난해 10월, 저장 탱크에선 기포가 올랐습니다.
어떤 물질이 나오고 있는지 상상도 안됐습니다.
[최상원/사고 목격자 : 숨을 못 쉴 정도였지. 숨을 쭉 마셔야 되는데 헉, 켁켁켁. 헉, 켁켁켁…]
새어나오던 것, 비닐 아세테이트 모노머라는 화학 물질입니다.
접착제 원료입니다.
저장소는 마을에서 3킬로 미터 거리.
급성 흡입 독성물질이라도 인가에서 최대 30미터만 떨어지면 되기 때문에 합법입니다.
[신관우/배추 재배 농민 : 무가 그냥 그다음 날 서리 맞은 것처럼 딱 고꾸라지고 축 처지더라고.]
하지만 재앙이 시작됐습니다.
화학 물질 900L가 새어나왔고 나무와 채소들이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김학수/딸기 재배 농민 : 누가 이 사고 지역에 있는 딸기를, 더군다나 생과잖아요. 누가 안전하게 본인 자식한테 갖다 먹일 사람이 어딨겠어요.]
농작물 피해액만 수십억 원, 주민들 건강 상태는 측정조차 힘듭니다.
사고 이후 이근제 씨는 3달 째 만성 기관지염을 앓고 있습니다.
[이근제/음성리 주민 : {한 달 전하고 비교해서 어떠신데요?} 똑같아요. 기침만 없어졌어요.]
하지만 환경청은 누출된 물질 농도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10ppm보다 훨씬 낮은 2.9ppm에 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겁니다.
주민들 상황은 달랐습니다.
[이근제/음성리 주민 : 밥 먹기가 힘들 정도예요. 목이 아파서. 내가 병원을 다니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러던 사람이 지금 이 꼴이 된 건데…]
150명이 사는 이 마을, 사고 뒤 98명이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상원/인근 공장 직원 : 3일 입원해 있었고, 내가 숨을 못 쉴 정도인데 이게 인체에 무해하다 이러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냐…]
문제는 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단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화학물질 저장소 대표 : 지금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벌써 사고 난 지가 3개월이 됐는데 그걸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나도 피해자인데…]
보상 절차는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도 시기도 아직 안갯속입니다.
망가진 밭과 건강을 되돌리려는 주민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홍여울 VJ 김수빈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장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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