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건 송태섭, 하는 건 강백호, 꿈꾸는 건 서태웅!

이두리 기자 2026. 1. 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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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슬램덩크’ 실사판이 떴다 SK 에디 다니엘
KBL SK나이츠 포워드 에디 다니엘 선수가 23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고등학교 땐 주로 센터·포워드, 프로선 가드역할까지
올스타전 1대1 콘테스트 우승 등 ‘만화 주인공’ 캐릭터
형들과 1대1 자신있지만, 안 풀리는 날엔 위로 필요한 막내
“신인왕? 슈팅 능력도 그렇고,아직 갈 길 멀어요”

곱슬머리는 만화 ‘슬램 덩크’의 송태섭을 떠올리게 한다. 타고난 돌파력과 패기는 강백호를 연상시킨다. 그는 장차 서태웅 같은 만능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서울 SK 막내 에디 다니엘은 뭐든 꿈꿀 수 있는 열아홉이다.

쉬는 날에는 ‘원피스’ 같은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영락없는 10대다. 자신이 태어나기 한참 전에 연재된 농구 만화 ‘슬램 덩크’도 재밌게 봤다. 만화책은 물론 애니메이션과 영화까지 섭렵했다.

다니엘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플레이 스타일이 강백호와 비슷하다는 말에 “가끔 허당기가 나오는 면이 강백호와 비슷한 것 같고 머리 스타일은 송태섭인데…(모든 면에서 기량이 뛰어난)서태웅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며 웃었다.

다니엘은 데뷔 시즌부터 폭발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3일 원주 DB전, 시즌 MVP 경력의 아시아쿼터 선수 이선 알바노와의 매치업에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날부터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고등학교 땐 주로 센터와 포워드를 봤다. 프로에서는 가드 역할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지난 18일 올스타전에서는 서울 삼성 정성조를 제치고 1대1 콘테스트 우승을 차지했다. 다니엘은 단숨에 SK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다니엘은 용산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SK의 연고지명을 받아 프로에 직행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연고지명을 받은 김건하, 고졸 신분으로 드래프트에 참여해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입단한 양우혁과 함께 KBL의 2007년생 막내 라인이다. 동갑내기인 두 선수와는 아마추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다. 다니엘은 “건하와는 ‘베스트 프렌드’인데, 전화로 그날 경기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한다”며 “우혁이는 요즘 인기가 너무 많아서인지 연락을 잘 안 본다”며 장난 섞인 말투로 이야기했다.

다니엘은 같은 팀 안영준·김낙현과는 띠동갑이다. 맏형인 오세근과는 20살 차이 난다. 코트에서 맞붙는 선수들 역시 다니엘보다 연차가 한참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베테랑 형들을 상대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전희철 SK 감독은 “다니엘은 프로 형들과 1대1 매치업을 붙어도 뒤지지 않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니엘도 “선배님과 매치업을 붙을 때 긴장하긴 하지만 제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지는 생각을 하고 들어가면 결국 코트에서도 질 확률이 높기에 제가 다 이겨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한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전 감독은 또 다니엘에 대해 “습득력이 좋아서 슈팅 방향을 잡아주면 금세 폼을 바꾼다. 좋아질 여지가 많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다니엘은 “훈련 끝나고 숙소에 가자마자 감독님 말씀을 되새기는데, 다음날 연습해 보면 그 느낌이 안 나오더라”라며 “제가 까먹으면 감독님이 또 잡아주시길 반복한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조금이라도 궁금한 건 참지 않는다. 애매한 건 정확하게 짚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누구나 다 알 것 같은 사소한 거라도 제가 모르면 바로 물어보는 편”이라는 다니엘은 “나중에 코트에서 몰라서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물어봐서 ‘이런 것도 모르냐’라고 혼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또래보다 일찍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에 적응하며 성숙해졌지만, 코트 밖에서는 지금도 열아홉 막내다.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한 탓에 처져 있을 때에는 형들의 격려를 받으며 기운을 회복한다.

그는 “경기를 못 해서 힘들어하고 있으면 형들이 ‘다음 경기 땐 무조건 잘할 거다’고 얘기해 준다”라며 “첫 두 자릿수 득점을 한 DB전 당일에도 영준이 형이 ‘너 오늘 슛 들어갈 것 같다’고 해줬다”고 떠올렸다.

다니엘은 최근 신인상 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 경기력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잘 풀린 경기가 몇 개 있어서 주변에서 띄워 주는 것 같은데 아직 저는 그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형들도, 동기들도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다. 지금까지는 상대 팀이 저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몰라서 제 득점이 잘 나온 것 같다. 꾸준히 잘하기 위해서는 슈팅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니엘의 본격적인 농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안 될 것 같아도 될 거라고 생각하자’가 다니엘의 신조다. 그는 “형들이랑 잘해서 정규리그도, 플레이오프도 전부 우승했으면 좋겠다”며 “그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니엘의 ‘만화 같은’ 데뷔 시즌이 흘러가고 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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