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한국, 전력 부족 상황 아냐…공론화는 형식적, 결정은 독단적”
‘원전 2기 증설’ 비판 목소리 확산
실제 수요량보다 공급 빠르게 늘어
과잉 우려…AI 시대 전력난 ‘의문’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정한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키로 하면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투 트랙’으로 에너지 정책을 끌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현재 국내 전력 수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독단적 결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확정을 앞두고 골 깊은 갈등 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브리핑에서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전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전력 생산 비중의 약 3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줄이면 그 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울 수 있는 것은 ‘원전’이라는 취지다.
이를 두고 이재명 정부가 원전 정책에서 ‘실용적 유턴’을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이 취임 이후 신규 원전 건설에 신중론을 폈고, 이 대통령도 “(신규 원전 건설이)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담보되면 하는데, 제가 보기엔 현실성이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AI 시대 전력난이 화두로 떠오르자 정부는 입장을 다시 뒤집었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섬나라’이면서 동서로 길이가 짧아 태양광발전만으로 (전력망을) 운영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 때 정책과 똑같이 가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즉각 성명을 내고 신규 원전 건설의 타당성 논의는 배제한 채 원전의 경제성을 강조하는 기술적 주장만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기존 정부 계획을 강제하는 것인데, 실제로 시민사회 의견을 들을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론화 절차는 형식적이고 최종 결정 과정은 독단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AI 시대 막대한 전력 수요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전력 발전설비 용량은 지난해 기준 약 158GW(기가와트)이지만, 지난해 여름 기준 최대 전력 수요는 96.8GW였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로 늘릴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원전이 더해지게 되면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출력 조절 기술을 확보해 발전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소장은 “출력 조절 시 원전의 안전을 담보할 기술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출력 조절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시점에 경직성 전원인 원전을 늘리는 것만이 미래 전력 시장에 대응하는 데 능사가 아니라는 취지다.
김 장관은 “여론조사 등이 부실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요 쟁점은 12차 전기본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토론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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