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손해’… 작은 도시일수록 크게 와닿는다 [문닫는 보건지소, 사라지는 공공의료·(1)]

목은수 2026. 1. 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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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주민들

읍까지 버스로 1시간 나가야 할 판
양평군 어르신 진료비·약값 부담
포천 6곳 등 3년간 도내 17곳 폐소
지자체 “공보의 수급 여의치 않아”

경기도 보건지소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의정 갈등 여파로 공중보건의가 줄면서 주민 곁에서 일상 진료와 만성질환 관리를 맡아오던 보건지소의 기능도 흔들리고 있다. ‘살던 곳에서의 건강한 삶’을 목표로 한 통합돌봄 시행을 앞둔 지금, 지역 공공의료의 역할과 향후 방향을 짚어본다.

고령 주민들의 일상진료와 만성질환 치료를 맡아온 보건지소가 공중보건의사 부족 등으로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지역 의료 공백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6일 공중보건의가 부족한 양평군 양서면 국수보건지소. 2026.1.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문 닫으면 읍으로 나가야 하는데….”
26일 찾은 양평군 개군면 하자포1리 마을회관.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82) 할머니는 근심 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10여 년 전 불현듯 찾아온 언어 장애로 서울 아산병원을 찾은 뒤 2~3개월마다 약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했지만 다행히 집 근처 개군보건지소에서 약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지역은 내과 등 1차의원이 없어 ‘의약분업 예외지역’에 해당한다. 보건지소에서도 진료와 원내처방이 가능하다. 특히 양평군은 만65세 이상 관내 주민에게 진료비와 약값을 받지 않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보건지소 관계자는 “한 달에 100여 명이 찾는데, 대부분 70대~90대로 운전을 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여기서 약을 받아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건지소의 존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양평군에서는 최근 2개의 지소가 문을 닫았고, 개군면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지소도 의과 공보의 부족으로 요일별 순회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저도 오는 4월 17명의 공보의 중 14명이 관두는 것으로 예정돼 있어 연쇄 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할머니는 “지난번에 갔더니 선생님이 4월이면 여기 없어질 수도 있으니 3월 말에 약을 넉넉히 타가라고 했었다”며 “이곳이 사라지면 읍내까지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약값도 내야 하고 대기 시간까지 감안하면 종일 걸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고령 주민들의 일상진료와 만성질환 치료를 맡아온 보건지소가 공중보건의사 부족 등으로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지역 의료 공백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6일 포천시 내촌보건지소에 공보의 배치 불가로 인한 폐소 알림 안내문. 2026.1.26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포천시 내촌면 내촌보건지소는 ‘폐소’ 안내와 함께 굳게 닫힌 상태였다. 안내문에는 ‘의과 공중보건의사 배치 불가’를 이유로 지난해 10월31일자로 문을 닫았다고 적혀있었다. 포천시에서는 2021년부터 운영하지 않던 일부 지소를 포함해 최근 3년 동안 총 5개 지소가 문을 닫았다.

내촌면에는 의원이 한 곳 있어 상황이 다소 나은 편이지만, 보건지소가 문을 닫기 전 요일별 진료를 이어오는 동안에도 불안정한 의료 서비스가 이어졌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김모(80·포천시 내촌면) 할머니는 “보건(지)소에 고혈압 약도 받고, 감기 예방주사도 맞으러 많이 다녔었다”며 “(축소 운영 뒤에는) 내과 선생님도 있다 없다 하니 허탕칠까 봐 안 가게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근처 의원을 가고, 침 치료는 장현(남양주시 진접읍)까지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17곳의 보건지소가 문을 닫았다. 포천 6곳(군내, 선단, 소흘, 내촌, 가산, 일동), 남양주 3곳(진건, 퇴계원, 수동), 여주 2곳(가남, 세종대왕), 양평 2곳(서종, 옥천), 화성(송산), 구리(갈매), 파주(문산), 용인(포곡) 각 1곳이다.

지난해 관할 보건지소가 문을 닫은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보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보건지소 배치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민간 의원 증가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소한 진료 건수가 회복되지 않은 영향도 컸다”고 말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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