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건설 두고 갈등 골 깊어지나…“현실적 결정” vs “형식적이고 독단적”

오동욱 기자 2026. 1. 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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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에 건설 중인 새울 3호기(오른쪽)과 4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키로 하면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투 트랙’으로 에너지 정책을 끌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현재 국내 전력 수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독단적 결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확정을 앞두고 골 깊은 갈등 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브리핑에서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전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등 막대한 전력 수요가 예상되지만, 기존 전력 생산 비중의 약 30%를 차지하던 석탄 발전을 줄이면 그 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울 수 있는 것은 ‘원전’이라는 취지다.

이를 두고 이재명 정부가 원전 정책에서 ‘실용적 유턴’을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이 취임 이후 신규 원전 건설에신중론을 폈고, 이 대통령도 “(신규 원전 건설이)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담보되면 (원전을 건설)하는데, 제가 보기엔 현실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AI 시대 전력난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 입장은 뒤집혔다. 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에너지) 섬나라’이면서 동서로 길이가 짧아 태양광 발전만으로 (전력망을) 운영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 때 정책과 똑같이 가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즉각 성명을 내고 신규 원전 건설의 타당성 논의는 배제한 채 원전의 경제성을 강조하는 기술적 주장만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대통령이 얼마 전 난타전을 벌여서라도 토론을 하라고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부가 일방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결정했다”며 “기존 정부 계획을 강제하는 것인데, 실제로 시민사회 의견을 들을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론화 절차는 형식적이고 최종 결정 과정은 독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AI 시대 막대한 전력 수요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전력 발전설비 용량은 지난해 기준 약 158GW(기가와트)이지만, 지난해 여름 기준 최대 전력 수요는 96.8GW였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로 늘릴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원전이 더해지게 되면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 전문위원은 “원전 강국인 프랑스도 원전 이용률은 지난 10년 동안 계속 줄어들었다”며 “2030년만 돼도 원전은 ‘좌초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출력 조절 기술을 확보해 발전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소장은 “출력 조절 시 원전의 안전을 담보할 기술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출력 조절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직성 전원인 원전을 늘리는 것만이 미래 전력 시장에 대응하는 데 능사는 아니라는 취지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은 2032년까지 원전 발전 출력을 50%까지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해 원전의 경제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장관은 “여론조사 등이 부실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요 쟁점은 12차 전기본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토론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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