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이란 딜레마

이노성 기자 2026. 1. 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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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에 이어 이란 정권을 정조준했다.

마두로 납치나 이란 정권 협박 이면에 '미국 우선주의'라는 불순물이 섞여 있어서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산유국이자 남미와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한 나라의 비극적 혼란을 틈탄 외부의 군사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우리도 이란 민중처럼 미국의 개입을 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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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에 이어 이란 정권을 정조준했다. 항공모항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이미 중동으로 이동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력시위에 나선 표면적 이유는 하메네이 정권이 반정부 시위대를 잔혹하게 학살했기 때문. 그렇다고 트럼프를 ‘민주주의 보루’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마두로 납치나 이란 정권 협박 이면에 ‘미국 우선주의’라는 불순물이 섞여 있어서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산유국이자 남미와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둘 다 반미 정권이 통치했다. 그린란드도 강탈하려는 트럼프가 두 나라를 그냥 둘 리 없다.


여기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질문과 마주한다. 한 나라의 비극적 혼란을 틈탄 외부의 군사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우리도 이란 민중처럼 미국의 개입을 원한 적이 있다. 1980년 5월 신군부에 유린당한 광주가 그랬다. 그때 미국은 방관했다. 2024년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성공해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미국이 개입했다면 우리는 환영했을까 거부했을까. 결국 이란 사태가 던진 딜레마의 핵심은 ‘누가, 어떤 자격으로, 무엇을 위해 개입하는가’이다. 독재자의 탄압에 신음하는 민중과 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강대국이 독재자를 처단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란을 둘러싼 또 다른 딜레마는 신정 체제 붕괴 이후다. 미국과 1970년대 쫓겨난 팔레비 왕조 후손들은 이란의 구원자가 아니다. 이란을 책임질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는 마당에 외부에 의한 정권 교체는 또 다른 혼란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기엔 현실이 너무 참혹하다. 1980년 5월 광주가 감내했던 고통이 2026년 이란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굶어 죽느니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는 이란 민중의 외침이 너무 절절하다.

국제사회는 방관자에 가깝다. 트럼프가 무엇을 위해 개입하는지 알면서도 눈치를 본다. 미국에 반기를 들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란 국민이 그들의 힘으로 이란을 변화시키도록 돕거나 연대하지도 않는다. 200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보호 책임(R2P)’ 원칙은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안보를 한미동맹에 의지하는 우리 정부 또한 침묵을 선택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혼돈은 우리에게 묻는다. 초강대국의 이익이 아니라 인류애를 기반으로 위기에 빠진 이웃국가의 국민을 구하는 시대는 언제쯤 올 것인가. 우리는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다시 한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질서의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

이노성 미래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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