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에서] 한로로가 부르는 노래 같은 학교

한로로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잘 모르는 가수였고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더 몰랐다. 마음이 몹시 아픈 아이가 있는데 한로로를 들으며 이겨내고 있다는 말에 귀가 열렸다. 흥얼대거나 쏘아 올리는 리듬에 실린 가사들이 귀에 꽂혔다. 노래 제목 하나하나가 뜻하는 바 심상치 않았다. 콘서트마다 아이들이 꽉꽉 들어차는 데는 노랫말이 주는 위로가 컸지 싶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 소설까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자몽살구클럽>은 가수 한로로가 내놓은 노래집이기도 하고 작가 한로로가 쓴 소설 제목이다. 소설에서 '자몽살구'는 학생의 '극단적 선택'을 말하는 은어다.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은 이 소설 속에서 한결같이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소설과 영화가 있었다. 40년 전, 중학생이 남긴 한 줄 유서가 온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유서가 남긴 충격이 소설이 되었고 몇 년 후 영화화되어 극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 끝 독백 유언을 제대로 듣는 게 불가능했다. "난 1등 같은 건 싫은데, 난 앉아서 공부만 하는 그런 학생이 되기 싫은데, 난 꿈이 따로 있는데, 난 정말 남을 사랑하며 살고 싶은데, 이 모든 것은 우리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지. 난 인간인데, 슬픈 것을 보면 울 줄도 알고, 재밌는 얘기를 들으면 웃을 수도 있는 사람인데. 엄만 언제나 내게 말했어, 그러면 불행해진다고." 그때는 성적스트레스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교육병이었다.
40년이 지났고 사회는 무덤덤해졌다. 죽음이 줄어서가 아니다. 학생의 극단적 선택은 더 많아졌고 이를 언급하는 게 두려워 묻어두다 보니 교육 만성병이 되었다. 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가 앓고 있는 병만큼 그 사유도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통계를 공개하기 무서울 정도로 많다 보니 간간이 언론이 공개한 자료를 받아 들고 나서야 기겁한다. 최근 서울교육청 자료는 2021년 이후 2025년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이 두 배 늘었다고 하고 다른 자료는 최근 5년 새 전국에서 940명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인구 10만 명당 전국 평균이 7.9%인데 우리 인천은 9.9%로 높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세 번째다. 이틀에 한 명씩 스스로 세상을 뜬다는 경고마저 과거 수치가 될까 더럭 겁난다.
학교와 사회가 쉬쉬하며 교육 재난에 속수무책인 사이 소설 <자몽살구클럽>은 위기 학생의 마음 상태를 피하지 않고 다가선다. 서로를 부축해 가며 살길로 탈주하려는 학생들을 까발리듯 보여준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학교와 가정과 사회는 죽음의 덫이 되지만 그들은 혼자가 아니기에 견디고 버틴다. 죽음을 작정하고 모였지만 서로 친구가 되어주고 생존을 돕는 디딤돌이 되기를 자처한다. 한로로의 <자처>는 "나는 나의 오늘을 자처했고 / 울기 쉬운 우리를 자처했고 / 또 살아가 사라져 가 / 떠나가도 미안해하지는 마 / 너의 아픔마저 나의 탓이 될 테니 / 또 살아가 사라져 가" 라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삶과 마주할 용기를 말해 준다.
학교에는 이 시간에도 낱개로 남아 위기를 겪는 삶들이 있다. 백약이 무효인 자살 급증은 국가로 치자면 급변 사태다. 청소년이 죽고, 청년이 죽고, 국민이 죽어 나가는 자살 공화국에서 교육은 다른 말을 꺼낼 여유가 없다. 우선 살려 놓고 봐야 한다. 감추지 말고 정직하게 말하고 정면에서 대응해야 한다. 한로로는 소설로 문제를 터뜨려 놓고 노래라는 손길로 쓰다듬는다. 덮어두지 않고 그대로 듣고 들은 대로 공감하며 노래라는 벗이 되어 울고 소리 지른다. 학교가 울음소리로 덮여도 지금은 있는 일 그대로를 드러낼 때다. "살구 싶다"들을 위해.
/임병구 (사)인천교육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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