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독서출판] AI의 독서 키워드 예측

[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독서출판평론가) 대기자]
1월 22일부터 일명 '인공지능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미 1년 전에 법이 공포된 후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쳤다. 인공지능(AI)과 관련된 포괄적 법령 형태로는 세계 최초의 법률로 알려져 있다. 이 법률은 AI업계에 대한 지원과 국민 폐해 예방이라는 양 측면을 동시에 담고 있다. 3년 주기의 AI 기본계획 수립‧시행,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운영, 국가와 지자체의 AI 연구개발 지원 및 산업 육성이라는 진흥책과 함께 AI에 의한 잠재적 위험의 최소화를 위한 제도 정비, 영향력이 높은 '고영향 AI'(의료, 에너지, 채용, 대출 심사 등) 이용자에 대한 사전 고지 및 안정성 관리 의무 부여, 생성형 AI 활용 결과물에 대한 투명성 확보에 필요한 AI 워터마크 표시 의무 등이 규정되어 있다.
법 시행과 관련하여 출판을 비롯한 콘텐츠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활용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사전 고지 의무 조항에 관심이 높다. 자칫 AI 활용 표시가 콘텐츠 가치 평가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표시 방법과 적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과잉 규제 우려 및 규제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올해 밀리의서재에서 독서 트렌드로 꼽은 것은 '나노 재테크', '의도적 쉼(도파민 디톡스)', '다시, 이야기의 힘', 'AI의 인문학적 활용'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도서를 AI로 분석하고 예측한 것인데, 분야별 트렌드가 아닌 총론적 전망에 가깝다.
우선 경제·경영서 분야에서는 개인 실천 중심의 재테크인 '나노 단위 재테크' 트렌드가 확산될 것으로 분석됐다. 부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거시적 시야나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이 아니라 세분화되고 작지만 현실적으로 확실한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책들이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월 10만 원 더 버는 부업』과 같이 마음만 먹으면 즉각 실행할 수 있는 재테크 방식을 선호하는 흐름을 반영한 키워드라 하겠다.
다음으로는 '의도적 쉼'과 '도파민 디톡스'를 주제로 한 독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된 생활 속에서 약화된 집중력과 사유의 힘을 회복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한 책으로는 쾌락과 고통에 지배당한 뇌를 되돌리라고 주창하는 『도파민 디톡스』,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자는 『디지털 미니멀리즘』 등의 책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이번 보도자료 중에 표기된 "깊이 있는 독서와 사색을 위한 안내서인 『의도적으로 지루해지는 법』"이라고 소개한 책은 세상에 없는 책으로, AI와의 협업이나 문서 작성 과정에서의 허점이 있어 보인다.
다음 트렌드로는 '다시, 이야기의 힘'이 선정되었다. 현실의 불안이 클수록 강렬한 서사에 몰입하려는 독서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인데, 탄탄한 세계관을 갖춘 장르소설과 영상화를 통해 작품성이 검증된 대작 등에 대한 선호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나아가 AI가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으며, AI와 함께 사고하고 활용하는 법을 탐구하는 인문·교양 도서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인 사고력과 창의성을 AI 시대에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탐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밀리의서재는 이번에 AI 챗봇과 실시간 상호작용하며 독서하는 대화형 서비스인 'AI 독파밍'을 가장 많이 활용한 인기 도서 3권도 함께 공개했다. 'AI 독파밍'은 밀리의서재가 개발한 대화형 독서 서비스로, AI 챗봇과 실시간 상호작용하며 책을 읽고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독서 방식이다. 즉 기존 전자책처럼 단순히 읽거나 듣는 것을 넘어, AI와 대화하면서 책 내용을 탐구하고 요약·검색·기록까지 지원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실시간 대화형 독서를 통해 독서 스타일과 질문에 맞춘 추천과 설명으로 개인화 경험을 제공한다. 'AI 독파밍' 서비스는 현재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 인문학 분야의 일부 도서에만 적용한다.
지난해에 독자들이 'AI 독파밍'을 가장 많이 이용한 도서 1위는 『머니 트렌드 2026』이었다. 이 책은 경제 전문가 8인이 쓴 경제 예측서이자 투자 참고서인데, 독자들은 AI를 요약 도구로만 쓰지 않고 부동산 규제나 환율 전망, 비트코인 추이 등 구체적인 경제 관심 이슈와 연결해 질문하며 독서 경험을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와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가 그 뒤를 이었다. 독자들이 AI와 대화하며 책의 내용을 자신의 삶에 대입해 해석하고 선택 방향을 고민하는 질문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밀리의서재의 AI를 활용한 독서 트렌드 전망 시도는 신선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단편적이고 빈약하다. 매우 안전하고 보편적인(틀릴 가능성이 낮고 정형화된) 전망만 있을 뿐 구독 서비스 회원들의 다양한 독서 경험들을 집약하고 특징을 추론하여 얻어낸 세부 전망들이 결여되어 아쉽다. AI의 문법에는 맞을지 몰라도 인간의 문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정선도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미래를 예측하나 전망하는 일, 결정하는 일은 사람의 몫일 수밖에 없다.
갈수록 대화형 AI, 챗봇 등에 과다 의존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여러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하는데, 적어도 독서만큼은 트렌드나 관심사를 AI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챙기고 찾아보는 습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AI는 인간의 생각과 판단을 돕는 보조적 도구(AI 비서)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AI를 통해 원하는 책의 발견 가능성을 높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서 독서 권장의 역할을 제고한다면 AI 시대는 독서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르네상스를 여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