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열렸고…광주전남 통합은 시계제로에 빠졌다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6. 1. 2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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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산으로 가는’ 주 청사 위치 논란…통합 추진 발목 잡나
25일 ‘광주전남특별시·주 소재지 전남 합의’…하루 만에 뒤집혀
말 아끼는 김영록…전남도 “27일 국회 간담회에서 언급할 예정”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 발의를 코앞에 두고 결국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이로 인해 급물살을 타던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주청사 소재지 문제가 행정통합 추진의 최대 걸림돌로 불거진 양상이다. 겉으로는 통합 명칭과 주청사 소재지를 맞교환하는 이른바 '빅딜'로 전남 입지로 압축된 듯 보였지만, 강기정 광주시장이 '광주 청사론'을 내세우며 잠정합의를 하루 만에 번복했다.  

이에 따라 27일 국회 간담회에서의 최종 합의 도출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아가 양 시도가 주된 청사 소재지를 놓고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통합을 둘러싼 갈등과 반발 등 파장이 전방위적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 검토 제3차 간담회에서 확정된 광주·전남특별시(가안) 및 청사위치 등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양부남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김원이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 ⓒ전남도

명칭보다 '청사' 택한 강기정…"광주에 주청사"

강기정 광주시장은 26일 '명칭보다는 주 청사'를 택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강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안으로 청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 광주로 청사를 정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청사를 광주로 하면) 명칭 문제는 3가지 안(광주전남특별시, 전남광주특별시, 약칭 광주특별시) 중에 어느 것으로 결정되더라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광주, 무안, 동부(순천) 등 현재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운영하되 주소재지를 전남으로 한다고 가안으로 했는데 언론, 시도민의 반응은 특별시청은 무안이라고 받아들인다. 심각한 문제"라며 "전남도청 이전에 따른 도심 공동화 트라우마가 광주에 있다.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동부권 주민에게도 크게 다가올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논의를 해오면서 청사 위치와 명칭을 결합하거나, 그것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인만큼 열지 않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면서 "어제 판도라 상자가 열렸고, 내일 아침 (간담회에서) 최종 합의하자고 했지만, 명칭과 청사 문제가 연동돼 타협되는 것처럼 어제 가안이 결정돼 논란이 일었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기자 차담회를 하고 있다. ⓒ광주시

강기정 주장…'전남도청' 잠정 합의안과 배치 논란

강 시장의 '광주 청사' 발언은 전날 김영록 전남지사,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도출된 '명칭은 광주전남특별시, 주청사는 무안 전남도청으로 한다'는 잠정 합의안과는 정면 배치된다. 

전날 열린 '광주전남 특별법 검토 시·도지사-국회의원 제3차 간담회'에서 특별시 명칭을 '광주전남특별시'로 하고, 광주·무안·동부 등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유지하되 주된 사무소는 전남으로 하는 1차 가안이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 특별위원회 김원이 공동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주된 청사는 통합특별시의 주소를 두는 곳이자 특별시장이 근무하는 장소를 의미한다"며 "1차 가안으로 특별시 명칭은 광주전남특별시로 하고, 청사는 광주청사, 무안청사, 동부청사 등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유지하되, 주된 사무소는 전남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오늘 참석자들은) 대체로 합의했지만, 간담회에 안 오신 분이 있다. 다시 한번 (27일) 깔끔하게 의사 수렴해야 한다"며 "가안으로 광주전남특별시로 하고, 광주시나 전남도대로 의논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광주시의 입장은 달랐다. 광주시는 '주된 청사' 대신 '전남을 주소지로 하는 방안을 잠정 협의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합의된 사안이 아니라 논의 과정에서 협의된 내용을 설명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는 특히 "논의의 방점은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속도전 속에 통합특별시의 명칭과 통합청사 위치는 '뜨거운 감자'였다. 통합 행정구역 명칭과 청사 위치가 행정중심지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다. 명칭을 두고 시도 의회를 중심으로 '광주전남특별시'와 '전남광주특별시'로 각각 입장이 갈렸다. 통합특별시 명칭과 관련해 거론되는 방안은 △전남광주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 △광주전남특별시 △전라도광주특별시 등 3가지다.

논란 속에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가운데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명칭을 '광주전남특별시'로 가면 특별시 소재지는 전남으로 하고, '전남광주특별시'로 하면 광주에 소재지를 두자고 제안 했다. 잠정 합의지만 결과적으로 양 위원장의 이른바 '빅딜론'이 수용된 모양새였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26일 오전 무안군 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도민공청회에서 행정통합 추진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전남도

'파장' 확산 분위기…"청사 없는 통합, 차라리 하지 말자"

그러나 이러한 협의 내용이 공개된 이후 오히려 논란은 더 확산하는 분위기다. 광주시의 행정통합 시민소통플랫폼에는 "주청사를 전남으로 할 바에는 차라리 통합하지 말자"는 등의 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질 경우 광주전남 통합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각에선 '광주 청사론'이 더 확산해 행여 통합 추진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한다. 당장 행정통합의 초석인 특별법안도 6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일정을 고려, 이달 말 발의해 2월 말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칫 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록 전남지사의 경우 이 문제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무안에서 열린 도민공청회에서 "전남도민은 전남을, 광주시민은 광주를 주청사 소재지로 하자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도민 입장만 고려해 소재지를 무안으로 하고 명칭도 전남·광주로 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통합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며 "주청사 소재지나 명칭에 대해서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협의해 조율해가겠다"고 말해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읽힌다.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광주·전남 국회의원 등은 27일 오전 7시 30분 국회에서 '광주·전남 특별법 4차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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