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숲 훼손 논란에 발목 잡혀... 충남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지지부진'
일부 학생·교수 "공론화 미흡"
"60년 넘은 소나무·생태계 지켜야"
대학 측 "정당한 절차 거쳐 선정"
"부지 변경 어려워... 원안 추진"

충청권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충남대 반도체 공동연구소 건립 사업이 부지 선정을 둘러싼 학내 갈등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26일 충남대에 따르면 2023년 교육부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조성 사업' 선정에 따라 '충청권 초실감형 나노·반도체 공동연구소' 건립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교육·연구·실습을 할 수 있는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해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전 교촌동 일원이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돼 지역 우수 인력 공급이 수월해지고 반도체 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충남대는 이를 위해 2026년까지 358억 원을 들여 지상 4층에 연 면적 6,150㎡ 규모로 연구소를 건립해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구소 건립 사업은 부지를 둘러싼 학내 갈등에 발목이 잡혀 2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충남대는 2023년 사업부지를 공과대학 옆 드론·로봇실습장으로 정했다가 시설공간조정위원회 서면투표를 통해 서문 리기다소나무 숲 부지로 변경했다. 증축과 확장이 가능한 부지가 필요하고,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정위 당시 소나무 숲 부지 활용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됐는데 찬성표가 많았다고 한다. 다만 투표에 참여했던 인문 계열 교수는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잠잠하던 연구소 부지 선정 문제는 지난해 봄 교수회가 연구소 부지 선정 과정에서 대학 측이 '공론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문·사회계열 교원들은 처음 정했던 공대 주변 부지를 활용하거나 대체부지를 마련하라는 입장이다. 지난 13일에는 교수, 재학생, 시민단체가 참여한 '충남대 소나무숲 지킴이(소나무 지킴이)'가 대학 측에 513명의 서명을 담은 청원서를 전달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소나무숲을 파괴하는 불통행정을 중단하고, 부지를 변경하라"고 촉구하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대학 측이 부지 내 소나무를 옮겨 심고 새 숲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나무 지킴이 측은 '피상적 대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나무 지킴이 측은 "60년 넘게 자란 리기다소나무의 생존율이 극히 낮고, 찔레·밤나무·튤립나무 등 관목층과 19종의 새·포유류가 서식하는 복합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복원할 수 없다"며 "새 숲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숲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충남대 관계자는 "현재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2년 정도 늦어진 상황"이라며 "시설·공간조정위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부지를 선정했으며, 소나무숲 부지에 건립을 확정해 국비를 지원받아 설계도 진행한 만큼 현재 계획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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