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2인자 장유샤 '숙청 미스터리'... 미국에 핵 기밀 넘겼나
뇌물 받고 리상푸 국방부장 승진 혐의도"
불투명한 중국 정치 체제, 해석 분분
당군정 권력 장악, 시진핑 4연임 발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군 서열 2위 장유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전격 축출한 배경에 "미국에 핵무기 기밀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약 200만 명의 인민해방군을 이끄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군사위 7명 중 2명만 남기고 모두가 실각, '마오쩌둥 이래 가장 과격한 군부 숙청'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군 수뇌부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회의 내용을 인용해 장 부주석이 핵무기에 대한 핵심 기술 자료를 미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는 중국 국방부가 24일 장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 겸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중대한 기율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식 발표하기 직전에 열렸다.
장 부주석은 전직 국방부장(장관)이자 중앙군사위원이었던 리상푸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승진을 도왔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리상푸는 '로켓군 반부패 숙청'이 시작된 2023년 실각한 인물로, 장 부주석과 함께 중국군 부패 의혹의 근원지로 지목되는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장 출신이다.
기세등등 장유샤, 시진핑에 도전했나?

장 부주석의 실각을 놓고 시 주석과의 권력 투쟁이 주된 이유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25일 사설에서 "장유샤와 류전리는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심각하게 짓밟고 파괴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고위 군간부의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행위를 다룰 때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훼손했다"는 표현은 흔히 사용됐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도가 심한 "짓밟고 파괴했다"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 동안 진행된 군부 숙청 바람 속에서 시 주석과 장 부주석 간 불화설이 '시진핑 실각설'로까지 이어졌던 만큼, 공산당에 대한 불충과 장 부주석의 군내 영향력 강화 등 정치 권력 투쟁이 이번 숙청의 주된 이유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라일 모리스 선임연구원은 해방군보의 강한 논조를 두고 "장 부주석이 시 주석의 지휘 체계를 벗어나 너무 많은 권력을 행사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절차 측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중국 국방부는 이번 조사 결정을 "당 중앙의 연구를 거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낙마가 공식화된 허웨이둥 부주석 등의 처분 발표문에서는 조사 주체를 중앙군사위 기율·감찰기구로 명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시 주석이 당의 권위를 내세워 군 통제를 전면 강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종신 집권 가능성 활짝
다만 불투명한 중국의 정치 체제 특성상 장 부주석의 낙마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국이 대내외적 발표를 통해 밝히는 혐의 내용이 항상 사실과 부합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외세와의 결탁이나 부패가 내부 권력투쟁에서 실패한 이들에게 자주 적용됐던 혐의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닐 토마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장 부주석의 핵 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 "가능성은 있지만 매우 낮다"고 봤다.
이번 숙청으로 당·군·정의 권력을 모두 장악한 시 주석의 종신 집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당을 사실상 1인 지도 체제로 만든 시 주석이 군사력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총구 권력'까지 장악하면서, 내년 하반기 제21차 당대회에서 4연임을 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양타이위안 안전대만학회 이사장은 "시진핑이 인민해방군 상장을 숙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소장급 장성들까지 정리하고 있다"며 "이는 권력 안정을 위한 것이자 향후 5∼10년간의 장기 집권을 준비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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