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스토리] 리어풀업 턱걸이 세계기록 최성학 씨 "도전에는 정년이 없다"
공직 퇴직 후 운동 배우며 인생 2막 시작
지난해 리어풀업 턱걸이 1분간 55회 성공
‘어제의 날 넘자’라는 신념 몸으로 증명

철봉 아래에서 숨을 고르던 66세의 남자는 시계를 흘끗 바라봤다. 1분. 짧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시작 신호와 함께 몸이 위로 솟구쳤고, 목 뒤가 철봉 위로 넘어갈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늘어났다. 결과는 55회.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호남대학교 드림라이프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최성학(67)씨는 지난해 9월 '리어풀업 턱걸이' 부문에서 1분간 55회를 성공하며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리어풀업은 어깨와 등 근육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고난도 종목으로, 철봉 위로 목 뒷부분이 완전히 올라가야 인정되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운동이다.
이 기록은 지난 2024년 11월 인도 선수 Ranvir Desai가 세운 기존 세계기록(46회)을 9회나 웃도는 수치로, 국내 기록(2019년 45회) 역시 크게 넘어섰다. 도전 무대는 다름 아닌 호남대 개교 47주년을 기념해 지난 9월 열린 교내 체력 도전 이벤트였다.
최 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1995년 행정고시(38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광주소년원장 등을 역임하며 수십 년간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퇴직이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출발선이었다.
그가 턱걸이에 매달린 이유는 단순한 '운동 취미'가 아니었다. 최 씨는 "제 삶의 여러 형태가 겹쳐 만들어진 복합적인 동기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이유가 컸다. 겉으로는 안정된 삶처럼 보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결핍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는 "턱걸이는 그 부족함을 회피하지 않고 몸으로 정면 돌파하는 방식이었다"며 "한 번 더 당기고, 한 번 더 버티는 순간들이 제 내면을 연단해줬다"고 했다.
환경도 그를 철봉 앞으로 이끌었다. 아픈 아내를 돌보는 일상 속에서 멀리 나가 운동하기가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그때 선택한 것이 턱걸이었다. 여기에 공직 시절 광주소년원장으로 근무하며 얻은 깨달음도 더해졌다.
최 씨는 "아이들에게 말보다 더 설득력 있는 것은 '삶으로 보여주는 본보기'라는 걸 알게 됐다"며 "인생은 다시 UP할 수 있다는 걸 제 몸으로 증명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리어풀업 도전 계기 역시 우연처럼 찾아왔다. 시집을 출간한 뒤 유튜브를 보며 지내던 어느 날, 한국의 '리샘'이 리어풀업 45개 기록을 세운 영상을 접했다. 최 씨는 "그 순간 몸 안에서 무언가가 강하게 반응했다"고 회상했다. 딸에게 촬영을 부탁해 동작을 점검해보니, 와이드그립으로 리어풀업이 30개 가까이 가능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45개, 그 너머도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훈련은 하루 2~3차례, 고강도 루틴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식단과 수면까지 철저히 관리했다. 기록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최 씨는 "리어풀업은 손목과 어깨, 광배 등 근육뿐 아니라 정신력까지 모두 요구하는 종목이라 더 매력적이었다"며 "저 역시 늘 남들이 가지 않는 방향을 걸어왔기에 '뒤로 하는 턱걸이'가 오히려 가장 정직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운동은 그의 삶 전체를 바꿨다. 불편했던 일상이 즐거움으로 승화됐고, 집안일조차 훈련이 됐다. 청소와 설거지, 물건을 나르는 동작까지 소근육과 대근육을 쓰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그는 "턱걸이를 하듯 '오늘도 한 번 더'를 반복하다 보니 어떤 목표든 하나만 제대로 정해 붙들면 기네스든 무엇이든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 선택의 연장선에 드림라이프대학 진학도 있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대학의 문구 '필연은 우연을 가장해 찾아온다'에 발길이 멈췄다.
최성학 씨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인생 2막을 어떻게 살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며 "드림라이프대학은 다시 배우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그는 필라테스와 골프, 그림, 가드닝, 수상스키 등 다양한 수업을 통해 삶의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는 "필라테스를 하며 평생 써보지 않았던 근육을 만났다"라며 "지구보다도 내 몸 안에 탐험할 곳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씨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올해 가운데 손가락 풀업과 일반 프론트 풀업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별처럼 빛나는 존재인데, 살아가며 그 빛을 잊어버릴 뿐"이라며 "'어제의 날 넘자'라는 이름으로 턱걸이를 통해 그 별빛을 다시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목표든 하나를 정해 끝까지 매달리고 끌어올리면 누구나 자기 인생의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다"며 "그 사실을 제 몸으로 증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