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남긴 흔적 [정동길 옆 사진관]
정지윤 기자 2026. 1. 26. 15:58

눈이 내리면 세상은 잠깐 멈춘 것처럼 보인다.
차가워진 공기, 소리가 줄어든 거리, 사람들 발걸음의 속도까지.
눈은 우리가 늘 지나치던 풍경을 덮어버리고, 그 위에 낯선 하루를 새로 펼쳐 놓는다.
나는 눈 오는 날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눈이 온 다음 날”을 좋아한다.

눈이 남긴 흔적들이 아침 햇빛 아래서 고요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좋다.
하얀 눈이 내린 후에는 많은 것들이 박제된 채 흔적을 남긴다.
누군가의 발자국, 작은 동물의 흔적, 바람이 훑고 간 결, 그리고 녹았다가 얼어붙은 시간의 흔적들.
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보여준다.
내가 찍은 사진들은 그런 순간들의 기록이다.
그냥 예뻐서 찍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무언가를 보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었는지도 모른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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