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ESG의 진짜 무대는 공급망·평가·조달이다

기호일보 2026. 1. 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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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원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ESG경영지원단장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ESG경영지원단장
ESG. 이제 '착한 경영' 아닌 '생존을 위한 거래의 조건'이다. 'ESG는 대기업 이야기다'라는 말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의 통설이었다. 하지만 현재 중소기업 현장에서 ESG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숙제'가 아니다. 이제 ESG는 우리 회사가 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아니면 도태될 것인지를 가르는 가장 현실적인 잣대가 되고 있다.

협력사 관리에 들이닥친 'ESG 실사'라는 파고가 다가오고 있다. ESG 실사(Due Diligence)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나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측면의 잠재적 리스크를 식별하고 이를 관리·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인 조사 과정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사는 단순한 조사를 넘어 거래를 위한 필수 관문이 되고 있다.

요즘 중소기업 경영진이 가장 당혹감을 느끼는 순간은 거래처로부터 환경 관리, 근로 조건, 안전 교육, 윤리 규정 등 방대한 양의 자료 제출을 요구받을 때이다.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품질', '가격' 그리고 '납기'만으로 협력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인권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거래 대상에서 즉각 제외될 수 있다. 

"준비됐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EcoVadis와 공공 조달이 뜨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ESG 평가 지표인 '에코바디스(EcoVadis)'는 중소기업 생태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바이어들은 "ESG 경영하고 있습니까?"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귀사의 에코바디스 점수는 몇 점입니까?"라고 묻는다. 말이나 선언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와 문서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공 조달 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저가 입찰 경쟁에서 벗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 경영 여부가 입찰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준비된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되겠지만 외면하는 기업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 CEO를 위한 'ESG 연착륙'을 위한 전략을 찾는다면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거창한 담론보다는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거래 구조의 우선순위 파악이 필요하다. 모든 지표에 완벽할 필요는 없다. 우리 회사가 대기업 납품 위주인지, 글로벌 공급망에 속해 있는지, 공공 조달이 목표인지에 따라 요구받는 핵심 지표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다.

평가를 '경영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우리 회사의 취약점을 한눈에 파악하게 해주는 '무료 컨설팅 리포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증빙' 중심의 관리 체계 구축이다. ESG의 핵심은 말이 아니라 문서이다. 평소 실시하는 안전 교육, 에너지 관리, 노사 협의 기록 등을 ESG의 언어로 체계화하고 데이터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ESG는 선택이 아닌 거래를 위한 '열쇠'다. 중소기업의 ESG 경영은 거창한 선언문 낭독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명확한 사실은 하나다. 오늘 시작하지 않으면 내일의 거래처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ESG는 늦게 시작할수록 리스크가 되지만 먼저 준비할수록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된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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