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임대주택’ 50% 공실인데 입주 포기…“현실 미반영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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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시설장은 한겨레에 "기존 제도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상담 사실 확인서나 시설 입소 확인서 등을 통해 주거 지원 제도를 신청할 수 있게 하거나, 시설에서 퇴소한 지 2년 이내여야 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을 갖는 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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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접근한 현행은 사각지대 발생…
제도 장벽 낮추고 공급 물량 확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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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전 연인에게 스토킹 피해를 입은 30대 여성 ㄱ씨는 가해자를 피하려다 ‘이사’라는 큰 장벽을 마주했다. 가해자가 집 앞까지 찾아와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접근금지 명령에도 연락을 계속해와 하루빨리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폭력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주거지원사업을 이용하긴 쉽지 않았다. ㄱ씨는 26일 한겨레에 “살던 임대주택에서 이사를 신청했지만, 공실을 2달 기다리다 결국 한 층 밑으로 이사했다”면서 “가해자가 또다시 찾아올까 봐 집 밖을 거의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다른 공공임대주택을 안내받기도 했지만, 직장에서 1시간 이상 거리의 연고가 없는 타지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스토킹·교제폭력 등 피해자들에겐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는 안전한 주거공간이 절실하다. 스토킹방지법이 시행된 2023년부터 성평등가족부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스토킹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스토킹 피해자 주거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거지원은 최대 30일까지 원룸·오피스텔 등 임시숙소에서 머물 수 있는 ‘긴급주거지원’과 국토교통부의 주거복지사업용 매입임대주택 중 일부를 배정받는 ‘임대주택 주거지원’(3개월 이내, 1회 연장 가능)으로 나뉜다. 스토킹 피해자는 임시숙소와 임대주택에서 지내는 동안 상담·주택 관리 등을 받을 수 있다.
제도는 있지만 ㄱ씨처럼 이용은 어려운 현실이 부딪힌다. 지난달 3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대안적 주거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스토킹피해자 임대주택(전국 24호)의 공실률이 5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과의 거리, 노후주택으로 관리비 부담 등이 문제였다. ㄱ씨도 직장과의 거리가 멀어서 다른 지역 입주를 포기했다. 다른 대안으로는 스토킹을 포함해 가정폭력·성폭력 등 피해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 ‘폭력피해자 주거지원사업’이 있다. 폭력피해자 임대주택은 전국 354호 중 비수도권의 비중이 80%에 달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사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여성폭력피해자들이 주거지원을 받기 어려운 주된 원인으로는 법·제도 미비, 임대주택 물량 부족, 접근성 저하·노후화 등 주택상태 문제 등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주거지원제도를 이용할 자격은 가정폭력·성폭력 등 특정 피해 유형에 한정돼 규정되어 있어 주거지원을 필요로 하는 여성폭력 피해자가 모두 포괄될 수 없고, 현행 체계는 보호시설 입·퇴소 후 주거지원을 제공하는 단계적 접근을 전제로 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외에도 “이미 공급된 주택에 피해자가 입주하는 방식이라 원하는 지역, 조건 등에 맞는 주택을 제공하기 어려워 피해자는 공실이 나오면 무조건 입주하거나, 아예 포기하거나 두 가지 중 하나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시설장은 한겨레에 “기존 제도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상담 사실 확인서나 시설 입소 확인서 등을 통해 주거 지원 제도를 신청할 수 있게 하거나, 시설에서 퇴소한 지 2년 이내여야 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을 갖는 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보호시설에 비해 주거지원시설의 물량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 임대주택 등의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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