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영하 추위’ 속 지하철역… “난방 올려야” vs “비용 생각해야”

이호준 기자 2026. 1. 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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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대안으로 ‘고객 대기실’ 확대
23일 오후 3시 27분쯤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1호선 승강장 내 온도. /이호준 기자
매서운 한파 속 지하철 역사 난방 문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23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구로구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 대합실. 박모(54)씨는 추위 속에서 연신 발을 움직였다. 그는 “말이 승강장이지 냉동고 속 같아 지하 통로로 내려왔다”며 “열차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올라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1호선 열차 내부에서 측정한 온도는 약 18도였지만, 1호선 승강장에 내리자 온도는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다. 박씨가 머물던 승강장 이동 통로는 그나마 영상 3도 수준이었다. 박씨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들도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대합실에서 열차가 오길 기다렸다.

2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호준 기자

◇승강장은 냉동고… “체감 온도 영하 10도”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승강장과 대합실 등 지하철 역사 내부가 지나치게 춥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열차 내부는 기준 온도에 맞춰 난방이 가동되지만, 개방형 실외 역사의 경우, 냉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영향이 크다.

23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1호선 승강장 내 시민들 모습. /이호준 기자

코레일이 운영하는 신도림역 1호선,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홍대입구역 2호선과 성수역 등 3곳의 승강장과 대합실 온도를 지난 22일 직접 측정해 본 결과 승강장 온도는 영하 1도에서 영상 5도 수준이었다. 같은 시점 야외 온도(영하 2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후 3시쯤 찾은 신도림역 1호선 승강장은 영하 1.5도였다. 시민들은 핫팩을 흔들거나 목도리를 여미며 추위를 버티고 있었다. 신도림역 1호선은 야외 역사로, 바람을 막을 만한 시설이 마땅치 않은 구조다.

1~2분 간격으로 양옆 선로를 지나는 열차가 만들어내는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며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아졌다. 기자가 온도계를 보여주자 한 시민은 “바람 때문에 체감은 영하 10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강장 아래 이동 통로도 춥기는 매한가지였다. 오후 3시 30분쯤 측정한 대합실 온도는 영상 3도였다. 입김이 눈에 보일 정도로 추웠고, 장갑이나 모자, 핫팩 등 방한용품 없이는 오래 머물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통로 내 가게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낮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저녁 이후에는 너무 춥다”며 “사실상 야외에서 일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 30여 명은 추위를 피해 대합실에서 승강장으로 올라가는 통로 인근에 몰리기도 했다.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 대합실 내 방풍문이 모두 열려있다. /이호준 기자

지상형 구조인 성수역 역시 외부 기온이 0도일 때 승강장 온도는 영상 2도, 대합실 온도는 영상 5도였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대합실로 올라오는 길에 설치된 방풍문에는 ‘문을 닫아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대부분 열린 채로 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낮은 온도 탓에 대합실 내 한 꽃 가게에는 ‘밖이 너무 추워 꽃이 얼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인근 상가들 역시 추위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방풍 커튼을 설치해뒀다.

지하 역사인 홍대입구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출입구에 별도의 방풍문이 없어 외부 찬 공기가 그대로 들어와 한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승강장과 대합실 모두 영상 4~5도 수준이었다. 대학생 박모(22)씨는 “역사가 너무 추워 카페에 머물렀다가 열차 도착 시간에 맞춰 이동한다”고 했다.

22일 서울 성동구 지하철 성수역 대합실의 한 가게 앞에 붙여진 안내 문구. /이호준 기자

◇설계부터 빠진 난방… “공사비·전기료 감당 안 돼”

다만 서울 지하철 운영 주체인 서울교통공사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이미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역사 난방 비용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상반기(1~6월)에만 1489억원의 적자를 냈고, 서울교통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추정치는 7000억원을 넘는다. 재정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설비 투자와 운영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구조적 한계도 크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에는 별도의 난방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 역사 내부 온도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고, 지하철 건설 당시부터 난방 설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는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시에 따라 열차 내부 온도만 18~20도로 관리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난방 시설을 설치하려면 환기 설비를 위해 배관을 뜯는 등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관리하는 역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신도림역처럼 승강장이 야외에 있는 역이 많아 난방 설비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고객대기실도 배차 간격이 15분 이상일 때만 설치가 가능한데, 배차 간격이 짧은 서울 지하철 대부분의 역사에는 적용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지하철 1호선 대방역을 이용하는 장모(56)씨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아 잠깐 추위는 참을 수 있다”며 “열차 내부 온도만 제대로 관리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객 대기실 확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지상 역사를 중심으로 냉난방 기기와 온열 의자를 갖춘 고객 대기실(메트로쉼터)을 설치하고 있으며, 올해 1월 기준 12개 역에 25곳이 운영 중이다. 오는 2월에는 대림·노원·동작 등 7개 역사에 12곳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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