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허리 굽을라”··· 대치동 ‘어린이 필라테스’ 인기
“어릴 적부터 바른 자세 유지해야 학습에 집중하기 좋아”

“오늘 하루 종일 팔 활짝 뻗은 적 있는 사람?” “없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어린이 필라테스 학원. 수업에 참여한 초등학생 4명이 다리를 허리 높이까지 들어 올린 뒤 천천히 필라테스 기구 위에 발을 올렸다. 강사의 신호에 맞춰 팔을 위로 곧게 뻗어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했다.
“하나, 둘, 셋, 허리 펴자!” 분홍색과 파란색, 보라색 운동복을 입은 아이들이 머리 위 손잡이를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운동장을 뛰노는 또래들과 달리, 아이들은 어른들 사이에서 차분히 동작을 따라했다.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서 어린이 필라테스가 새로운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2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필라테스가 국어·영어·수학 학원에 더해 초등학생 일정표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어린 나이부터 자세와 체형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한모(13)양은 “엄마가 체형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등록해줬다”며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허리가 굽는 느낌이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필라테스를 하면서 몸이 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원 수강생의 약 30%는 어린이다. 성인 수업과 달리 줄넘기나 공놀이를 접목해, 무거운 가방과 학습량 증가로 생기는 척추 측만이나 거북목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원 측은 “아이들 자세가 학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고, 정형외과 의사의 권유로 오는 학부모도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세 개선 역시 교육의 연장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11살 자녀를 둔 이모(43)씨는 “가방이 무겁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아이가 목이 아프다고 했다”며 “내가 필라테스를 오래 해보니 효과를 느껴 자녀에게도 권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같은 반 25명 중 9명 정도가 필라테스를 배우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12살 자녀를 둔 김모(46)씨는 “축구나 농구보다 소규모 수업이라 아이가 친구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며 “앞으로 공부 시간이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초등학생 때부터 자세를 바로잡아두는 게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학원 원장 강효실씨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는 유산소 운동과 빠른 반응 훈련, 균형 운동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근력뿐만 아니라 지구력과 민첩성도 키워 아이들의 체력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는 어린이 킥복싱 수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킥복싱 학원은 겨울방학을 맞아 수강생이 몰리면서 신규 등록을 받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학원 관계자는 “수강생 비율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각각 40%, 고등학생이 20%”라며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려워 학원에서 활동량을 채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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