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즉각 퇴출, 미국은 예외인가…유럽 국가들이 월드컵 보이콧을 고민하는 이유

김세훈 기자 2026. 1. 2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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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즉각 퇴출됐는데, 미국은 왜 예외가 될 수 있는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 축구계에서 보이콧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가디언은 25일 “이 물음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최근 유럽 축구계 내부에서 실제로 공유되고 있는 문제의식”이라고 전했다.

유럽 축구계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국제 축구의 최근 전례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국제 축구계는 빠르게 움직였다. 다수 국가가 러시아와의 경기 자체를 거부했고, 그 결과 러시아는 월드컵과 유럽 대회에서 사실상 즉각 배제됐다. 당시 결정의 명분은 분명했다. 군사적 행동과 국제 질서 위반은 축구의 중립성으로 덮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 전례는 지금 유럽 축구계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만약 외교적 긴장이 실제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이유로 미국이 예외가 된다면, 국제 축구의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유럽 각국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문제를 논의했다.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준비는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차원의 공동 입장 정리 필요성도 거론된다. 개별 국가의 판단에 맡길 사안이 아니라, 유럽 축구 전체의 원칙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의 태도도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는 불만이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최근 1년 여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과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사태 당시 FIFA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태도를 오래 유지하지 못했고, 결국 국제 압박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 유럽 축구계 일각에서는 “FIFA가 이미 정치적 판단을 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는 왜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현 단계에서 보이콧은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 정부는 “현재로서는 월드컵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수 축구협회도 정부의 외교적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신중론을 택하고 있다. 월드컵은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막대한 산업이자 외교 무대인 만큼, 단번에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현실도 분명하다. 러시아를 퇴출시킨 기준이 아직 유효하다면, 그 기준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이유로 예외가 인정된다면, 국제 축구의 결정은 원칙이 아니라 힘의 논리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가디언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질문들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논의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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