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업계 1·2위 합병 불발…공정위, 사모펀드 연쇄 인수 불허

외국계 사모펀드가 SK렌터카에 이어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터카 인수를 추진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공정위는 SK렌터카 소유주인 사모펀드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리미티드(사모펀드 어피니티)'가 롯데렌터카 운영사 롯데렌탈을 인수하는 기업결합 신고를 심의한 결과, 불허하기로 했다고 오늘(26일) 밝혔습니다.
사모펀드 어피니티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롯데렌탈의 주식 63.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3월 18일 이를 허용해달라며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앞서 사모펀드 어피니티는 2024년 8월 SK렌터카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렌터카 시장에서 각각 1위, 2위 사업자입니다.
■"단기 렌트 시장서 '압도적 1강 vs. 다수 영세기업' 구도 될 것"
공정위는 두 회사가 결합하면, 차량 대여 기간이 1년보다 적은 '단기 렌터카 시장'과 1년 이상의 '장기 렌터카 시장' 모두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먼저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내륙(비 제주) 시장 점유율은 각각 17.1%와 12.2%, 제주 시장 점유율은 11.1%와 10.2%입니다.
두 회사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쏘카와 제주렌터카는 시장 점유율이 4% 이하입니다.
이에 두 회사가 합쳐지면 내륙 시장에서는 29.3%를, 제주 시장에서는 21.3%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로 등극할 거란 게 공정위 예측입니다.
공정위는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자금조달 능력과 브랜드 인지도, 영업망, IT 인프라, 차량 정비와 중고차 판매와의 연계 등 측면에서도 두 회사가 중소 경쟁사들보다 월등하다고 봤습니다.
특히 제주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는 제주특별법에 따른 '렌터카 총량제'로 기존 사업자가 차량 대수를 늘리거나, 사업자가 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것이 제한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가 결합하면, '압도적 대기업 1곳 대다수의 영세 중소기업'의 형태로 단기 렌터카 시장의 양극화 구조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경제분석 결과, 기업결합이 허용되면 SK렌터카는 내륙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가격을 적게는 11.85%에서 많게는 12.15%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제주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가격을 10.45%에서 11%까지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타 업체와 경쟁이 소멸할 것"
공정위는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두 회사의 결합이 경쟁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이 시장에서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점유율은 각각 21.8%와 16.5%로, 두 회사가 합쳐지면 합산 점유율은 38.3%입니다.
이 시장에서 비교적 큰 사업자인 현대캐피탈(점유율 14.7%)과 하나캐피탈(점유율 7.5%)에 비해 압도적인 1위가 되는 셈입니다.
공정위는 3, 4위 사업자들이 앞으로도 롯데렌탈과 SK렌터카에 비할 만한 경쟁 능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할부금융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본업', 즉 리스 차량 사업 대비 '부업'인 렌터카 사업의 비중을 마음대로 넓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장기 렌터카 시장의 특성상 차량 정비나 중고차 판매와의 연계가 중요한데, 할부금융사와 달리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이런 사업을 별도로 영위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결합이 허용되면 롯데렌탈·SK렌터카와 타 업체 간 경쟁이 소멸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두 회사가 결합하면, 가격을 5.05~5.35%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습니다.
■"사모펀드의 1・2위 사업자 연쇄 인수 통한 시장 왜곡 불허"
이에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허용하면 단기 렌터카 시장과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 모두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공정위는 경쟁제한 우려가 상당한 경우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라는 '구조적 조치'가 원칙인 점, 매각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결합을 '조건부 허용'하더라도 이 조건이 지켜질지 담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사모펀드가 상당 기간 서로 밀접한 경쟁 관계를 유지해 온 1・2위 사업자를 단기간에 연달아 인수하여 시장력을 확대한 후, 다시 고가로 매각하기 위해 건전한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큰 기업결합을 엄정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롯데 "공정위 취지 존중해…다양한 방안 검토할 것"
롯데그룹은 지난해 2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롯데렌탈 매각에 나섰습니다. 그룹의 핵심인 화학산업 위기와 건설·유통업 부진 등으로 그룹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우량 계열사인 롯데렌탈을 팔아 돈을 마련하려던 것입니다.
롯데그룹은 오늘 설명자료를 내고 "심사 결과의 취지를 존중한다"며 "향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협의를 통해 공정위가 우려하는 시장 지배력 강화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제안 가능성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롯데렌탈 매각 지연이 그룹 재무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롯데그룹은 현재 그룹 전반에 걸쳐 강도 높게 진행 중인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며 재무 안정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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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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